웰스파고 “약한 경기후퇴”… 확률 72% 추산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년 만에 최대폭인 0.75%포인트의 기준금리를 인상을 단행한 후 미국 경제가 내년에 경기후퇴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후 웰스파고는 미국 경제가 내년 중반에 약한(mild) 경기후퇴에 빠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플레이션이 좀 더 뿌리내리고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잠식하는 데다가 연준이 이에 대처하려고 한층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웰스파고의 제이 브라이슨 이코노미스트는 일주일 전만 해도 경기 연착륙을 예상했는데 이제는 약한 경기후퇴가 기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도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작아졌다고 밝혔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통화정책 연구 책임자인 라이언 스위트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깨뜨릴 때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하려고 한다”며 “이는 연준이 또한 경제를 망가뜨릴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금리 인상 날 발표된 경제지표나 뉴스도 심상치 않았다. 연방 상무부가 발표한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만의 첫 감소로,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미국의 상품 수요가 둔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는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미 경제의 원동력이어서 이런 소매판매 감소는 경기 둔화를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문 회사 구겐하임 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소비지출 둔화를 고려하면 미국이 이미 경기후퇴에 빠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미국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집계하는 ‘GDP 나우’는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내렸다. 이 수치는 앞서 이달 1일에는 1.3%였으나 보름 사이 1.3%포인트나 하향 조정됐다.
블룸버그는 최근 들어 점점 많은 전문가가 내년에 미국 경제가 경기후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최근에 미국 경제가 내년 경기후퇴에 빠질 확률을 72%로 추산했다. BE는 3월에만 해도 경기후퇴 확률을 9%로 봤다.
제조업 최고경영자(CEO)들도 높은 물가 상승세와 이에 따른 경제환경 악화를 우려했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제조업협회(NAM)가 지난달 17∼31일 진행한 설문에서 제조업 CEO의 59%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향후 1년 안에 경기후퇴가 발생할 확률이 더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미국민의 절반 이상은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고 본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이코노미스트와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11∼14일 전국 성인 1,500명을 상대로 조사(오차범위는 ±3.1%포인트)해 16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미국이 현재 경기침체에 빠져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2%는 그렇지 않다고, 나머지 22%는 확신하지 못한다고 각각 말했다.
이번주 연준이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 초강수를 두고 오는 7월에도 같은 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예고한 것은 수요를 다잡아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발등의 불을 끄려는 조치이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경기침체와 정리해고 등 부작용 우려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가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현재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생각하느냐’에 대한 답변이 크게 갈리며 대조를 이뤘다. 공화당 지지자의 70%는 미국이 경기침체를 겪는 중이라고 답했고, 8%만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에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응답자의 45%가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답했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 응답자는 56%가 경기침체 상황에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