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FOMC 개막… 발표 앞두고 긴장 고조
14일 개막된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급부상하고 있다. 연준이 그동안 기정사실화돼 온 0.5%p가 아닌 0.75%p의 파격적인 금리 인상을 실시한다면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 시절인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 된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3일“계속된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에 연준이 이번 주 정책 회의에서 시장 예상보다 큰 0.75%p의 깜짝 금리 인상을 검토할 것 같다”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만 해도 6월 FOMC에서 0.5%p 금리 인상 확률이 약 66%, 0.75%p는 34% 수준으로 0.5%포인트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분위기는 반나절 만에 급변했다. 오후 늦게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0.75%p 인상 가능성이 96%까지 치솟았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대응이 늦었으며 연준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미국경제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심지어 연준이 1.0%포인트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사소한 위험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연준이 6월 FOMC 결과로 이번에는 ‘빅스텝(0.5%p 인상)’으로 가고, 7월에 0.75%p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가기로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핵심은 금리 인상 전망폭이 올라간다는 것인데, 연준의 금리 인상 폭 확대가 거론되는 것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인플레이션 탓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6% 급등한 가운데 이날 뉴욕연방준비은행은 5월 소비자 전망 설문 조사에서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6.6%로 전월 대비 0.3%포인트 올랐다고 밝혔다. 4월에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기대가 다시 오르면서 2013년 6월 관련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였던 3월 수치와 동일한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경기 침체 우려도 연일 확산하고 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데 너무 오래 지체했고 이 때문에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경우 금리를 낮출 여지가 줄어들었다”며 “앞서 경기 침체 확률을 30%로 봤는데 지금은 50대50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 안팎에서는 지금의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는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인플레 억제 아니면 경기침체 둘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데이빗 윌콕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선임 펠로는 “파월은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했던 폴 볼커 전 의장처럼 인플레이션에 대한 연준의 의무에 집중하기 위해 매우 날카로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필요하다면 그는 폴 볼커의 2.0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증시 전망은 당분간은 변동성이 크며 추가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회복 시기를 두고 의견이 갈린다. 하반기 이후로 갈수록 괜찮아질 것이라는 반론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블랙록 등은 최근의 주식시장 하락세에도 여전히 기업들의 어닝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웨이 리 블랙록 전략가는 “연준의 과도한 긴축 위험이 있고 기업의 마진압력은 커지고 있는데 밸류에이션은 실제로 개선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주식을 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팀은 “연준은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과 싸울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심리 위축이 주식시장과 경제에 핵심 리스크”라고 했고 데이빗 코스틴이 이끄는 골드만삭스 팀은 “미국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여전히 너무 높다.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RBC캐피털은 1930년대 이후를 조사해보니 경기침체 때는 S&P500이 고점에서 평균 32% 하락했다고 전했다. 베어마켓(약세장)으로 진입한 S&P500은 현재 고점 대비 21%가량 떨어진 상태다. CNBC는 “큰 폭의 주가하락에도 많은 주식들이 여전히 과거 5년 평균 P/E 비율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며 “일부 주식들은 여전히 싸지 않다”고 했다.
반면 하반기 이후 장기적으로 보면 지금 투자를 시작하는 게 나쁘지 않다는 조언도 나온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적으로는 하반기 이후 시장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며 지수에 투자하는 게 아니라 종목에 투자한다고 보면 싼 주식들이 꽤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