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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매독 환자 생체실험 ‘터스키기 사건’ 50년 만에 사과

미국뉴스 | 사회 | 2022-06-15 08:54:40

흑인 매독 환자 생체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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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앨라배마 ‘터스키기 매독 생체 실험’

미국 국립문서보관소가 공개한 1950년대 사진에서 한 의료진이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서 한 흑인으로부터 채혈을 하고 있다. 1932년부터 40년간 이 지역에선 흑인 매독 환자 생체 실험이 이뤄졌다. 
<연합>
미국 국립문서보관소가 공개한 1950년대 사진에서 한 의료진이 미국 앨라배마주 터스키기에서 한 흑인으로부터 채혈을 하고 있다. 1932년부터 40년간 이 지역에선 흑인 매독 환자 생체 실험이 이뤄졌다. <연합>

1932년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州)에서 공중위생국과 터스키기연구소가 흑인 소작 농부 600명을 대상으로 비밀 생체 실험을 시작했다. 의료진은 흑인들에게 매독, 빈혈, 피로증 등을 합쳐서 일컫는 지역 용어 ‘나쁜 피(bad blood)’를 치료한다고 동의서를 받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병인 매독을 치료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기 위한 실험이었다. 1943년 매독 치료에 효과적인 페니실린이 개발됐는데도 매독에 감염된 399명에게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1972년 미 AP통신 보도로 사건이 공개될 때까지 7명이 매독으로 사망하고 154명은 합병증으로 숨졌다. 미국 흑인들의 보건당국 및 백신 접종 불신을 야기한 ‘터스키기 사건’이다.

 

이 사건에 관여했던 한 자선재단이 11일(현지시간) 희생자 후손들에게 공식 사과를 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50년 늦게 찾아온 과오 인정이기는 하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흐름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AP에 따르면 1905년 뉴욕에서 설립된 비영리 자선재단 ‘밀뱅크 메모리얼 펀드’는 터스키기 매독 연구 기간 희생자 가족에게 장례 비용으로 100달러씩을 지불했다. 그런데 이 돈은 단순한 자선 행위가 아니었다. 희생자의 배우자나 가족들은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절개해서 부검하도록 허락해야 이 돈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로선 100달러도 큰돈이었던 만큼 이를 수령한 가족은 수백 명에 달했다. AP는 “밀뱅크가 234건의 부검에 총 2만150달러를 준 것으로 기록됐다”라고 전했다.

 

밀뱅크 펀드의 역할은 2009년 출간된 ‘터스키기 조사, 악명 높은 매독 연구와 그 유산’이라는 책을 통해 자세히 드러났다. 1935년 당시 공중위생국장의 요청에 재단이 자금을 투입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단 측은 가만히 있다가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에야 사과 논의에 나섰다고 한다.

 

이 재단 회장인 크리스토퍼 콜러는 “그건 잘못이었다. 우리의 역할이 부끄럽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콜러 회장은 “당시 사태의 결과는 정말 해로웠다”며 1930년대 재단 지도자들이 어떻게 지불을 결정했는지 설명하거나 일어난 일을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고개를 숙였다. 희생자 유족 단체인 ‘우리 아버지 유산을 위한 목소리 재단’에 기부도 했다.

 

희생자 단체의 릴리 타이슨 헤드 회장은 이번 사과를 두고 “훌륭한 태도이고 멋진 일”이라고 평가했다. 헤드 회장은 또 “나라가 분열된 상황에서 인종차별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번 사과는) 매우 중요하다”며 “정의를 복원하는 역사의 진짜 모범 사례”라고도 했다.

 

미국 행정부는 AP 등의 보도가 나오고 25년이나 지난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때에 와서야 터스키기 연구의 과오를 공식 사과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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