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경기침체 공포에 글로벌 증시 동시 폭락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에 경기침체 공포까지 확산되면서 글로벌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경제를 강타한 인플레이션 여파로 기업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어서 증시 부진의 끝을 예측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 물론 아시아·유럽까지 ‘충격’
13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876.05포인트(2.79%) 떨어진 3만516.74에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지난 9일부터 3거래일 연속 500포인트 이상 하락했는데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S&P 500 지수의 경우 이날 151.23포인트(3.88%) 급락한 3,749.63으로 마감해 지난 1월 3일 전고점(4,796.56)에서 20% 이상 내려가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S&P 500에 앞서 약세장에 돌입한 나스닥 지수는 이날 530.80포인트(4.68%) 폭락한 10,809.23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인플레이션 지표가 아시아·유럽 증시에 충격을 주고 글로벌 시장 악화가 다시 뉴욕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는 형국이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6%로 약 41만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에 미국에 앞서 코스피 지수는 3.52% 급락 마감했다. 한국 외에 일본 닛케이225(-3.01%), 홍콩 항셍(-3.39%)도 부진했다. 유럽에서도 범유럽 지수인 유로 스톡스 50이 2.69% 하락한 가운데 독일 DAX30(-2.43%), 프랑스 CAC40(-2.67%) 등도 충격을 받았다.
■금리인상·경기침체 등 악재 수두룩
문제는 시장 충격을 불러온 악재 요인들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먼저 연방준비제도(FRB·연준)가 시작한 긴축 흐름은 더 거세짐과 동시에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참여로 확산되고 있다. 연준이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75% 포인트 기준 금리를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이 7월에 2011년 이후 첫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을 최근 시사했고 영국 중앙은행은 오는 16일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공조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조치이지만 경기 침체를 부를 가능성을 높인다. 금리 인상은 기업 투자는 물론 가계 소비에도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에 물가를 잡을 수는 있지만 경제성장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날 CNBC와 인터뷰한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경기침체 위험을 30% 정도로 봤는데 지금은 50%에 가까워졌다”고 분석했다. 학계에서는 통상적으로 2분기 연속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경기 침체로 본다.
■기업이익 하향 추가 하락 도화선 될듯
경기 침체는 2분기 기업 실적 발표를 통해 먼저 확인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달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전망치를 낮추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순이익 하락은 증시의 추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다. 대표적으로 이달 초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강달러를 이유로 주당 순이익(EPS)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이외에도 유통업체 타깃이 재고 증가를 이유로 실적 가이던스를 낮췄다. 이 결과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2분기 S&P500 상장사들의 전년 대비 순이익 상승 전망치는 기존 6.6%에서 4%로 하향 조정됐다.
당분간 증시 불안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만큼 전문가들은 현금 보유 비중을 높이면서 지금은 관망할 때라고 설명하고 있다. CNBC와 인터뷰한 릭 리드 블랙록 전략가는 “현금을 갖고 있으면 우량주에 투자할 기회가 곧 찾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