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들 비싼 가격 고수… 출고에도 수개월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차 인벤토리가 달리면서 새차 사기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워진 가운데, 한인들 사이에서 다른 주로 원정 차 구매를 떠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차 부족 현상 속에 구매 고객이 아닌 자동차 딜러가 이른바 ‘갑’이 된 요즘 상황 속에서 딜러 비용이 높고 환경 기준이 까다로운 캘리포니아의 특성상 가주 내 딜러들이 신차 구매자들에게 MSRP에서 수천 달러의 웃돈까지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해, 일부 중부나 남동부 주들의 딜러에 가서 차를 사면 많은 돈을 절약하는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9일 미국자동차평가기관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지난달에 판매된 신차 평균 가격은 4만7,14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4월 대비 472달러 오른 것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2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반도체 부족으로 차량 공급이 부족해 신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켈리블루북의 레베카 리제스키 매니저는 “최근 상승폭이 줄었을 뿐 여전히 신차 가격은 매우 비싸다”라며 “자동차 시장의 타이트한 공급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비싼 가격에 차를 사는게 부담스러워지자 타주 원정 샤핑에 나서는 한인들까지 나오고 있다. 3명의 자녀를 둔 5인 가족의 가장 이모씨는 그동안 포드의 대형 SUV을 이용해왔는데, 차가 오래됐고 최근 개스비까지 크게 오르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미니밴을 구입하기 위해 알아보다가 타주에서 구입하는게 훨씬 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씨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미니밴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사려고 보니 남가주의 딜러들에서는 바로 살 수 있는 차도 거의 없고, 있어도 무려 1만 달러까지 웃돈을 더 달라고 하더라”며 “이에 다른 주들을 찾아보니 네브라스카주와 인디애나주에 있는 딜러에서 MSRP만 내면 바로 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해 비행기를 타고 차를 사러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왕복 비행기 가격을 고려해도 타주에서 차를 사는게 훨씬 싸기 때문에 여행 겸 원정 차량 샤핑을 떠나는 것이다.
가주의 신차 가격이 비싼 것은 거주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이 높은데다가 딜러샵 운영 비용도 타주 대비 비싸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각종 환경 규제 탓에 차량 관리 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딜러들이 MSRP 대비 높은 가격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다. 한 한인 딜러는 “요즘 같이 물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고객이 아니라 딜러가 갑”이라며 “인벤토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고객들이 자동차 한 대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쟁을 뚫고 차를 구입해도 오랫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오렌지카운티에 사는 한인 박모씨는 최근 MSRP에 5,000달러를 더 써서 벤츠 SUV를 구입했는데 그나마 두 달이 지나서야 차를 받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웃돈 5,000달러를 미리 디파짓으로 내고 기대려야 했다. 그는 “주위에 나보다 더 오랫동안 차량 출고를 기다린 사람들도 흔하다”고 전했다.
동부에 사는 한인 오모씨처럼 동경하던 독일의 고급차 브랜드 포르쉐의 차량을 구입하고 7개월을 대기 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