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평균 티켓값 코로나 이전보다 45% 상승
다음 주말 갑자기 잡힌 미 동부 방문 스케줄 때문에 인터넷에서 비행기표를 알아보던 한인 김모씨는 너무 오른 비행기표 값 때문에 깜짝 놀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비싸야 왕복 400달러 수준이었던 항공료가 가장 싼 것도 600달러를 훌쩍 넘고, 그나마 일정이 맞는 것은 거의 800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코로나 이후 아무리 여행 수요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비행기표가 이렇게까지 올랐을 줄은 몰랐다”며 어쩔 수 없이 이전보다 2배나 비싼 항공편 티켓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한인 박모씨 부부는 올 여름 LA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해 항공편을 알아보다 너무 비싸 포기한 경우다. 박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미뤄오기만 했던 LA 친지 방문 일정 예약을 위해 지난달 여행사를 방문했다가 워싱턴 DC에서 LA까지 왕복 항공권이 1,000달러에 달한다는 말을 듣고 기겁을 했다고 한다.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기점으로 여름 성수기 여행시즌이 시작된 가운데 여행 수요 폭증에 결항 증가 등이 겹치면서 국내선 항공권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3배 급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출장이나 가족여행, 자녀 대학졸업 및 입학 등으로 국내 항공 여행길에 나서야 하는 한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여행데이터전문회사 호퍼에 따르면 올해 여름 여행을 떠나는 경우 국내선 항공 왕복 평균 요금은 400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여름보다 24%, 1년 전과 비교하면 무려 45% 가격이 비싸진 것이다. 호퍼의 헤일리 버그 애널리스트는 “팬데믹 여파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 등으로 좌석수는 줄어들었는데 여행객은 더 늘었다”며 “여행 성수기가 다가 올수록 항공권 가격은 더 비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권 가격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에 따르면 동부시간으로 28일 저녁 기준 1,500여건이 넘는 항공편이 결항됐다. 그 전날인 27일에는 무려 2,300여편이 취소됐는데 대부분 인력 부족 탓인 것으로 분석됐다.
델타 본사가 있는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하츠필드잭슨국제공항에선 28일 전체 항공편의 5%가 취소됐고 16%가 지연됐다. 앞서 델타는 7월1일부터 8월7일까지 미국과 남미 일부 지역에서 매일 약 100편의 운항을 축소한다고 26일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결항 항공편이 가장 많은 델타항공의 앨리슨 오스밴드 고객담당최고책임자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요인이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기상, 항공 교통 관제 상황도 문제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예상치 못한 결근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인력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채용을 서두르고 있지만 직원수는 기대만큼 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메리칸·델타·유나이티드·사우스웨스트 등 미국 최대 4개 항공사의 경우 올해 초 직원수가 팬데믹 이전보다 약 3만 6,000명 감소했는데 이는 지난해 말 시작된 공격적인 채용 정책에도 불구하고 2020년 초와 비교해 거의 10% 적은 수준이다.
항공사 입장에서 돈을 벌수 있는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항공편을 축소하는 것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항공사들이 운항을 줄였는데 현재 여행객들은 늘고 있지만 항공 스케줄은 예전으로 회복되지 않아 자리가 부족해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미리 예약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