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거래 27% 감소
치솟은 가격·모기지 때문
최근 급락하고 있는 증시에 이어 부동산 시장에서도 침체의 전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동안 시장에 나오면 완판됐던 신규 주택 물량이 모기지 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팔리지 않고 쌓여가고 있다. 완공 후에도 안 팔리는 미분양 신규 주택 매물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부동산 가격 하락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4일 연방 주택 및 도시개발부(HUD)에 따르면 지난 4월 총 신규 단독 주택 판매량은 약 59만1,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대비 16.6%,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6.9% 감소한 수치다. 특히 이는 시장 전망치인 약 75만건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급락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동안 신규 주택은 부동산 시장 활황에 판매량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 하락세로 바뀌었는데 지난 달에는 거래 건수가 시장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 것이다.
신규 주택의 판매량 감소는 먼저 가격 상승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전문업체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4월 기준 미국의 신규 단독 주택 중간가격은 45만6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20%나 올랐다. 부동산 활황에 수요가 받춰주면서 건설업체들이 웃돈을 받고 주택을 팔아온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격이 너무 올라 수요를 떨어뜨리는 수준이 됐다. 리얼터닷컴의 조지 라티우 시니어매니저는 “기존 주택 부족으로 약 2년 동안 신규 주택은 부동산 수요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왔다”며 “하지만 최근 주택 가격이 어무 올라 사람들이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모기지 이자율 상승도 신규 주택 판매량 감소를 부채질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연이은 기준 금리 인상에 30년 기준 모기지 평균 이자율은 올해에만 약 2% 포인트 올라 최근 5%를 돌파하면서 부동산 수요자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비싼 집값을 고려했을 때 은행 대출 없이 전액 지불할 수 있는 자산가들은 많지 않기 때문에 모기지 금리 상승은 부동산 시장에 치명적이다. 라티우 시니어매니저는 “지금 모기지를 활용해 집을 사면 작년에 구입한 사람들보다 적게는 수백달러 많게는 천달러 정도 매달 더 내야 한다”며 “대출 비용이 급증하면 신규 주택 시장이 침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주택 판매 부진 외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의 전조 현상은 시장에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레드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부동산 중개업자가 시장에 새로운 매물을 내놓았을 때 경쟁 입찰이 발생할 확률은 61%로 전년 동기 67% 대비 6% 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부동산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의미로 주택시장이 침체할 수 있는 시그널로 읽힌다.
데릴 페어웨더 레드핀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부 판매자들이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높은 폭으로 가격을 낮춰 부동산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며 “수요가 더 떨어지기 전에 구매자를 찾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