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70%는 긍정적… 바라보는 시각은 종교별로 차이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대표적인 다인종 국가다. 이 같은 다양성이 미국의 최대 장점으로 미국을 강대국으로 만든 근간이기도 하다. 최근 다양성이 미국 내 종교계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인종과 종교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공공종교연구소’(PRRI)와‘인터페이스 아메리카’(Interfaith America)는 지난해 9월 전국 50개 주 2,508명을 대상으로 미국이 종교적으로 다양화하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중 약 70%는 미국의 종교적 다양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답한 가운데 종교와 교단별로 이 같은 반응에는 큰 차이가 나타났다.
백인 주류 개신교인(비복음주의) 중 미국이 종교적으로 다변화하는 현상이 뿌듯하게 바라본다는 비율이 77%로 가장 높았고 히스패닉 가톨릭 교인(74%), 백인 가톨릭 교인(73%), 흑인 개신교인(66%)도 대체적으로 미국의 종교적 다양성을 환영했다.
그러나 유독 히스패닉 개신교인 중 미국의 종교적 다양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비율은 41%로 매우 낮게 조사됐고 백인 복음주의 교인 역시 53%만 이 같은 현상에 동의했다. 종교가 없다고 밝힌 미국인(78%)과 기독교 외 타 종교를 지닌 미국인(86%) 중에서는 미국의 종교적 다양성을 지지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이부 파텔 인터페이스 설립자는 “미국은 종교적 다양성이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로 동시에 역사상 종교적으로 가장 다양화된 국가”라며 “미국의 종교 다양성이 ‘유대 기독교’ 주의를 넘어서 새장을 열어야 할 때”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잃을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언급에도 각 교단별로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백인 복음주의 교인 중 이 같은 언급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78%로 가장 높았고 백인 가톨릭 교인(64%), 백인 개신교인(59%), 흑인 개신교인(52%)도 종교적 다양성에 의한 미국의 정체성 위기를 우려했다. 반면 히스패닉 가톨릭 교인(43%)과 기독교 외 타 종교인(37%), 비종교인(35%) 중에서는 동의한다는 비율이 동의하지 않는 비율보다 낮았다.
이번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 일부 기독교인이 미국의 종교적 다양성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이유는 백인 기독교인 급감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잇달아 발표된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기독교인은 급감한 반면 비종교인이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보고에 의하면 2004년까지 미국 인구 중 약 59%를 차지했던 백인 기독교인은 지난해 44%로 크게 줄었다. 백인 기독교인 감소 현상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8년과 2016년 사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반면 유색 인종 기독교인의 경우 1990년 15%에서 작년 25%로 크게 늘었고 비슷한 기간 비종교인 인구도 급증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15년간 비종교인은 16%에서 29%로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비종교인 중 특정 종교가 없다는 미국인이 약 20%를 차지했고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각각 약 4%와 약 5%의 비율을 나타냈다.
로버트 존스 PRRI 대표는 “최근 수십 년간 미국 종교계에 나타나고 있는 구조적 변화와 종교적 다양성을 수용하려는 미국인이 증가하는 현상을 보고 있다”라며 “이 같은 문화적 변화에 일부 우려를 낳을 수 있지만 동시에 타 종교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