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현금도 정답 아냐’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있다고 하지만 최근 금융시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안전한 투자처가 없는 하락장 일색이라고 월스트릿저널(WSJ)이 15일 진단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올해 들어 16% 하락하면서 1970년 이후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도 올해 수익률만 보면 마이너스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도 올해 들어 가격이 내리고 있다. 주식과 채권의 이런 동반 하락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 것으로,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증시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알려진 가상화폐도 붕괴 수준이다. 대표적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은 올해 들어 가격이 3분의 1 이상 급락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라는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검증된 대안투자도 매력을 잃었고, 현금을 들고 있기에는 미국 기준 8%가 넘는 물가 상승률이 부담된다. 그렇다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고려조차 할 수가 없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고 집값은 역대 최고가 기록 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결국 유일한 선택은 ‘버티기’라는 말이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결국에 수익이 날 것이란 기대에, 다른 투자자들은 더 나은 생각을 떠올릴 수 없어 계속 주식을 들고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증시 자금 이탈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점은 이를 방증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지금까지 주식 펀드에 유입된 자금 중 다시 유출된 자금 비중은 4%에 그쳤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대확산 시기 폭락장에선 주식 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61%가 빠져나갔으며,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는 유입 자금보다 더 많은 113%가 유출됐다.
이는 투자자들이 아직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았다는 뜻이어서 결국 증시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은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높은 인플레이션, 주요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정책, 경제 성장세 둔화 등에 대한 우려로 증시의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를 몇몇 기술적 지표로 설명했다. 우선 S&P 500이 아직 200주 이동평균선보다 14% 위에 있다. 200주 이평선은 미국 증시의 모든 주요 하락장에서 ‘바닥’ 역할을 했다. 즉, 이 지수가 이만큼 더 하락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