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건강, 성폭행 임신’ 이유 낙태 지지 비율 높아
낙태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낙태를 찬성하는 미국인이 더 많다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예외 없는 낙태를 허용하기보다는 일부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했고 종교인들 사이에서도 낙태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 조사 기관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 3월 7일부터 13일까지 성인 1만 44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낙태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미국인이 61%로 낙태를 반대하는 미국인(37%)보다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낙태를 찬성하는 미국인 중 조건 없이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19%로 소수에 불과했다. 전면적인 낙태 허용에서 한발 물러선 ‘대부분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미국인이 36%로 많았고 낙태를 허용하되 제한 규정을 두어야 한다는 미국인도 6%였다.
낙태를 반대하는 미국인 중 예외 없이 모든 경우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는 경우는 8%였고 대부분의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미국인은 27%였다. 낙태를 금지하되 일부 예외를 두어야 한다는 미국인은 2%로 소수였다.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태아의 생존권을 인정하는 시기와 낙태 시기 두 가지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미국인 중에서도 약 3분의 1은 수정이 이뤄지는 순간 인간의 생명이 시작되고 이때부터 태아의 인간으로서의 생존권이 인정된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수정은 난소에서 배란된 난자와 자궁을 지나 수란관 상부까지 들어온 정자가 만나는 단계로 임신 거의 초기 단계다. 낙태 지지자 중 일부는 임신 초기부터 태아를 생명체로 인정하면서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한편 낙태가 허용돼야 하는 경우로는 임부의 건강 상태, 성폭행에 의한 임신, 태아의 건강 상태 등이 주로 꼽혔다. 전체 미국인 중 73%는 임신이 임부의 생명이나 건강을 위협할 때 낙태에 나서도 좋다는 생각을 밝혔고 69% 성폭행에 의한 임신의 경우 여성의 낙태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답했다.
약 53%는 태아에게 심각한 장애나 질병이 발견됐을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낙태 반대자 중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46%는 임신이 임부의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 낙태가 허용돼야 한다고 답했고 36%는 성폭행에 의한 임신의 경우 여성의 낙태권 보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종교별로 실시된 조사에서는 백인복음주의 교인 중 낙태를 반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백인복음주의 교인의 낙태 반대 비율은 74%로 타 종교에 비해 월등히 높았고 수정 시기를 생명의 시작으로 보는 비율 역시 86%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가톨릭 신자의 낙태 반대 비율이 42%로 뒤를 이었고 백인 개신교인(37%), 흑인 개신교인(28%)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종교가 없다고 답한 미국인의 낙태 찬성 비율은 85%로 반대(15%)보다 월등히 높았다.
기독교인 중에서도 일부 경우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었다. 임신으로 인해 임부의 건강이 위협받는 경우 낙태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백인 개신교인(77%), 흑인 개신교인(71%), 가톨릭 신자(69%), 백인복음주의 교인(51%) 순이었다. 성폭행에 의해 임신한 임부의 낙태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비율 역시 백인 개신교인이 75%로 가장 높았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