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 항공료 올라도 너무 올라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이모씨는 서울에 있는 모친이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고 급히 한국에 가기 위해 지난 14일 출발하는 한국행 항공권을 알아보고 아연실색했다. 국적 항공사의 이코노미 항공권 가격이 3,350달러에 달했던 것이다. 다른 날의 항공권을 알아 보았지만 가격은 대동소이했고, 일정을 바꿀 수 없는 이씨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항공권을 구입했지만 올라도 너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현재 국적 항공사들의 한국행 비행기값은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에 비해 2배가량 오른 수준이다.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지고 한국의 격리 의무화가 풀리면서 한국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여젼히 운항 편수는 제한적이어서 수요에 비해 좌석 공급의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고유가에 따른 유류할증료의 인상이 더해지면서 한국행 항공권 가격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국적 항공사들과 LA 한인 여행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 LA-인천간 항공료는 이코노미석 기준으로 3,300달러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5월 LA-인천간 항공료가 1,780달러에서 1,80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한국행 항공료는 2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6월 한국행 항공권 가격도 2,500달러선을 이미 넘어섰고 3,0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게 한인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다.그나마 7월 중순 이후에는 여유가 있어 일부 날짜의 경우 1,600~1,700달러대의 항공권 구입도 가능하다.
태양여행사 써니 최 대표는 “올해는 성수기가 따로 없을 정도로 오늘이 내일보다 싼 것이 항공권 가격”이라며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는 9월과 10월 출발 항공권도 늦어지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급등한 데는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2년 동안 억눌렸던 한국 여행 수요가 폭증한 데다 제한된 좌석 공급에 따라 항공권 가격이 높게 형성된 탓이다. LA-인천간 국적 항공사들의 운항 편수로만 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예전처럼 대형 항공기를 투입하지 않다 보니 실제 좌석 공급량은 줄어든 상황이다.
‘비싸도 떠난다’며 한국행 여행에 나서는 소위 ‘묻지마’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것도 항공권 가격 상승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가격이 오르면 구매 수요가 감소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들어서 가격이 오르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한국행 여행에 나서는 한인들이 늘고 있다.
국적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5월과 6월이 전통적인 성수기여서 항공권 가격이 비싼 시기”라며 “일반 운임이 마감되면 높은 가격대로 예약되다 보니 좌석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예전에 비해 높은 수준에서 항공권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고유가로 인한 유류할증료도 한국행 항공권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유류할증료 책정의 기준이 되는 항공유 가격은 2019년 5월 배럴당 80.73달러 수준이었으나 이달 기준 133.66달러로 올랐다. 그 결과 이번 달 현재 LA-인천간 노선의 유류할증료는 왕복 기준으로 410달러로 상승했다. 항공권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유류할증료까지 추가로 인상되면서 한인들의 항공권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또 다른 국적 항공사 관계자는 “여러 요인으로 한국행 항공권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여행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 주지 못하는 게 가장 크다”며 “대형 항공기로 기종 변경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실화하기에는 아직은 시기 상조여서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