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충격파에 시스템 일시 폐쇄 후 재가동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테라USD(UST)를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12일 두 코인의 폭락 사태(본보 12일자 B4면 보도)에 결국 거래를 일시 중단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12일 테라폼랩스가 루나와 UST가 거래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중단한 뒤 다시 재가동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테라폼랩스는 트위터를 통해 블록체인 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시스템 거버넌스 공격을 막기 위해 소프트웨어 패치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테라폼랩스가 루나와 테라 폭락 사태에 블록체인 시스템 가동을 중단해 거래를 일시 정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루나는 현재 99% 폭락한 1센트대로 추락했고, 1달러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스테이블 코인 UST는 39센트로 주저앉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에 거센 찬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CNBC는 12일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에서 하루 만에 2,000억 달러 이상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가상화폐 ‘대장’ 격인 비트코인은 동부시간 이날 새벽 최저 2만5,402달러까지 떨어져 지난 2020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2만6,000달러 선이 무너졌다.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까지 7일 내리 떨어지면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갔다.
시총 기준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도 2,0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이더리움은 한때 1,704.97달러까지 하락해 지난해 7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분을 다소 만회해 오전 10시 현재 비트코인은 2만8,000달러 선을, 이더리움은 1,9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다. 24시간 전과 비교해 비트코인은 10%대, 이더리움은 18%대의 하락률을 각각 기록 중이다.
달러 등 법정화폐에 연동하도록 설계된 가상화폐인 스테이블코인 중 최대 규모인 테더 역시 이날 1달러 선이 무너져 가상화폐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가상화폐 시장이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지우고 2년 만에 최악의 침체를 겪는 것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 전환과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디커플링 사태 때문이라고 월스트릿저널(WSJ)은 진단했다.
우선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투자자들이 주식과 가상화폐 등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면서 해당 자산의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이틀 사이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모두 시장 전망치를 상회하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것이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했다.
또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의 폭락 사태가 가상화폐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신문은 평가했다.
코인 1개당 가치가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한 UST 시세가 최근 1달러 밑으로 떨어지면서 자매 코인인 루나가 급락하고, 다시 두 코인의 가격이 추가 하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이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을 공포에 빠뜨린 것이다.
이날 오전 현재 루나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99% 폭락한 3센트까지 찍었고, UST는 50센트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루나의 폭락이 비트코인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고 CNBC는 전했다.
루나와 UST를 만들어낸 애플 엔지니어 출신 권도형씨가 세운 루나파운데이션이 UST 가격을 지지하기 위해 보유 중인 수십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대량 처분할 경우 비트코인 시세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