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솔린·식료품 가격 폭등, 계란값 23%나 올라 최고
8.3%.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3월 8.5%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는 것만이 위안일 뿐 미국의 물가가 ‘역대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오르는 게 물가일 정도로 물가고가 일상이 되면서 한인들의 가계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개솔린 가격 폭등에 이어 식료품 가격 등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실감 나는 현실이다. 이제 한인들 사이에선 ‘덜 먹고 덜 탄다’는 탄식이 나오면서 고물가를 따라잡는 일이 점점 더 힘겨워지고 있다.
미국의 물가는 지난해 1월과 2월만 해도 각각 1.4%, 1.7%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목표치인 2.0%를 밑돌았지만 같은 해 3월 2.6%를 시작으로 계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급등했고 올해 들어 1월 7.5%, 2월 7.9%, 3월 8.5%, 그리고 지난달 8.3%로 8%대를 넘어섰다.
4월 들어 한인 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개솔린을 포함한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이다. 에너지 가격은 1년 새 30.3%나 올랐다. 거의 폭등 수준이다. 그중 개솔린 가격은 43.6%나 뛰었다. 중고차 가격도 1년 전에 비해 22.7%나 상승했다.
더욱 심각한 건 식료품 가격 상승이다.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전월보다 0.9%, 전년 동월보다 9.4% 각각 급등해 전체 상승률(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8.3%)을 상회했다. 유제품류는 9.1%, 육류 및 가금류에 생선류, 계란류 등은 14.3% 올랐다. 시리얼과 빵류도 10.3%나 올라 먹고 사는 게 쉽지 않을 정도의 물가고다.
식료품 중에서도 가장 높이 치솟은 품목은 계란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2개짜리 계란 한 판의 평균 가격은 3월보다 23% 폭등한 2.52달러로 집계됐다. 조류독감 유행으로 미국의 암탉 중 거의 10%가 폐사한 것이 계란값 폭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외식비도 체감 상승률이 50%를 넘고 있다. 한인타운을 비롯한 한식당에서 웬만한 메뉴로 식사를 하는데 드는 비용이 세금과 팁까지 합쳐 1인당 20달러 수준으로 오른지 오래다.
임금 상승을 뛰어 넘는 물가 상승으로 오히려 수입 감소에 직면한 한인들은 고물가에 씀씀이를 줄이는 극약 처방에 나서고 있다.
한인 직장인 박모씨는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배달을 시켜 먹거나 아니면 식당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배달 음식 가격과 식당 음식 가격이 매달 올라 오르지 않은 월급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집에서 해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가족 식탁을 책임지는 한인 주부들의 고민도 물가고에 깊어지고 있다. 특히 맞벌이 주부들은 퇴근 후 요리할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외식이나 투고 음식으로 끼니를 간편하게 해결했지만 외식 물가 상승에 꺼리게 됐다. 그렇다고 ‘집밥’ 해먹는 일이라고 해도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맞벌이 주부 김모씨는 “예전 같으면 1주에 3일 정도 외식이나 투고로 저녁을 해결했는데 이젠 그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며 “간편식 가격도 만만치 않아 매일 저녁 메뉴 선정하는 일이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했다.
고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비단 한인들만의 현상은 아니다.
경제매체 CNBC가 지난 3월 23일과 24일 미국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경우 외식부터 줄이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5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차량 운행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42%, 여행이나 휴가 계획 취소가 36%, 차량 구입 포기가 26%로 뒤를 이었다.
또 다른 한인 직장인 이모씨는 “음식값, 개스값에서 온라인 배달 서비스까지 모든 게 올랐다”며 “덜 먹고 덜 타고 덜 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