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플레 ‘뒷북’ 대응, 내부서 자성 목소리 나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했다는 자성론이 연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연준의 전·현직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연준이 지난해 가을께 좀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행동했어야 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있다. 예컨대 랜들 퀄스 전 연준 부의장은 지난해 9월 이후 통화완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철회하기 시작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연준의 정책 전환이 늦어진 것은 미래를 둘러싼 심대한 불확실성과 연준의 정책 결정 방식 때문이었다고 전·현직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미국의 물가 상승세는 지난해 봄부터 심상치 않았다. 하지만 당시 연준이나 대부분 민간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수그러들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이 이들의 예측과 달리 그해 가을 한층 속도를 높이자 연준은 11월이 돼서야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에 나섰고 기준금리 인상은 올 3월에 단행했다.
이를 두고 연준이 더 일찍 행동했어야 했다는 식으로 비판하기는 쉬울 수 있지만, 당시엔 물가 상승세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려웠다고 연준 관계자들은 말했다. 지난해 초 인플레이션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공급망 혼란 때문이었고, 나중에 가서야 인플레이션이 식품류, 임대료 등 다른 분야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퀄스 전 부의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임 이슈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주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연준의 미래 리더십이 어떻게 될지 명확해지기 전까지 정책 대응을 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작년 11월에 파월 의장의 유임을 결정했다.
연준이 향후 정책 행보를 시장에 공언한 점도 연준의 재빠른 통화정책 선회에 걸림돌이 됐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는 너무 빨리 경기부양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 시장 혼란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취지였지만, 이런 사전 지침(포워드 가이던스)으로 인해 통화완화 정책의 철회는 장기간의 과정이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