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럽조사 “지금이 적기 아냐” 응답 10명 중 7명
미국에서 생애 첫 주택 구입을 하려고 벼르던 LA 한인 김모씨는 ‘집 사는 일’을 잠시 보류하기로 했다. 모기지 금리가 급격히 오른 데다 주택가격의 고공행진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모기지 금리 인상과 높은 주택 가격이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씨에게는 호가(리스팅 가격)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하지만 매물 부족으로 인한 바이어 사이에 경쟁은 상황만 호전되었을 뿐 현실은 그대로다. 김씨는 “막상 집을 사는 일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도 없는 ‘계륵’과도 같은 시장 상황”이라며 “지금은 집을 사야 할 적기라고 생각하지 않아 잠시 유보키로 했다”고 말했다.
주택 구입에 나섰던 한인과 미국인들이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빅스텝’ 금리인상과 맞물려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 평균이 5%를 훌쩍 넘는 등 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고공행진 중인 주택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자 향후 주택 시장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주택 구매에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일단 발을 빼며 눈치 보기에 나서고 있다.
한인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2~3주에 들어서면서 주택 구입을 문의하는 바이어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오니아 부동산의 스티븐 김 대표는 “모기지 금리의 급등세에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구입을 놓고 바이어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픈하우스에 참여하는 바이어들의 수가 현저히 줄어들면서 주택이 판매되는 속도도 많이 느려졌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심리인데, 이 심리에 영향을 줄 변수, 즉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모기지 금리 급등과 높은 주택 가격, 주택 매물 부족 현상이 그것들이다.
한인 바이어들 입장에서 보면 모기지 금리 급등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진 가운데 높은 주택 가격의 하락 시점을 예측하기도 어렵다 보니 주택 구입에 망설이게 되는 것이다. 소위 ‘물음표 시장’ 상황이 주택 구입의 적기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는 근거다.
지금은 주택 구입을 위한 적당한 시기가 아니라는 한인 바이어들의 비관적인 주택 시장 전망은 비단 한인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경제매체CNBC가 지난 4일 공개한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금이 주택 구입 적기라고 답은 미국인들은 30%에 불과했다. 1년 전보다 무려 23%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주택 구입 적기라는 여론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은 관련 여론조사가 실시된 1978년 이후 44년 만에 처음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케이스 실러 전국주택가격지수로 보면 미국 주택가격은 2020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뒤 34% 폭등했다. 여기에 모기지 금리는 지난해 말에 비해 2배나 치솟으면서 주택 구입 가능성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게 된 것이다.
생애 첫 주택 구입에 나섰던 밀레니얼 세대들부터 주택시장에서 관망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높은 주택 가격과 모기지 금리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인 주택 시장에선 매물로 나온 주택 가격의 리스팅 가격이 예전에 비해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게 한인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