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급락… 인플레·금리인상에 위기감 팽배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 강화에 글로벌 증시가 급락하면서 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미국 경제를 주도한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특히 심각한데 해당 업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개인 투자자들은 대규모 손실로 패닉에 빠진 상황이다. 당분간 베어 마켓 랠리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기대 수익률을 낮추고 현금 보유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빅테크들 위기, 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초저금리를 배경으로 미국의 경제를 주도한 기술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속 팽창한 전자상거래, 디지털 광고, 전기차, 차량호출 서비스, 음식 배달 분야의 기업들이 2년 만에 성장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빅테크 회사들조차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인력을 줄이기 시작한 것은 기술기업들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 기술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은 해당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를 빠른 속도로 끌어내리고 있다.
연준이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하는 등 긴축 강화에 국채금리가 오르면서 증시 하락을 초래했다.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한때 연 3.17%까지 상승했다. CNBC와 인터뷰한 금융투자회사 생츄어리웰스의 제프 킬버그 전략가는 “연준 긴축 강화로 인한 주가 급락이 지속되고 있다”며 “증시가 단기 하락 지지선을 찾으려면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 미만으로 내려가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자들 고민
증시 급락에 한인 투자자들은 매일 아침 자신이 보유한 주식 가격을 확인하는게 고통의 연속인 상황이다. 특히 연초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풍부한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장을 이끌어온 빅테크 종목을 주로 담은 한인투자자들은 최근 3~4개월만에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절반 이하로 추락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구독경제의 아이콘으로 꼽혔던 홈피트니스 업체 펠로톤과 우버와 함께 모빌리티 혁신 기업의 상징이었던 리프트의 주가가 연초 대비 50% 이상 추락했다. 이외에도 대형 기술주인 아마존, 넷플릭스, 메타 등도 올해 주가 하락률이 30%를 넘는다. 2020년 팬데믹 직후 주식을 시작한 김모씨는 “2년 동안 플러스 였던 수익률이 최근 3개월만에 수직 하락해 이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며 “매일 아침 증시창을 볼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밈 주식’(meme stock·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 투자자들이 몰리는 주식) 열풍을 주도한 개인투자자들, 이른바 ‘개미’들이 최근 하락장에 그간 번 돈을 다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가 2020년부터 신규 개설된 계좌의 거래와 거래소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이후 증시에 들어온 개인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증시 하락으로 그동안의 수익을 모두 잃은 상태인 것으로 추산됐다. 블룸버그는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했던 밈 주식의 주가 하락 폭이 컸다면서 기관투자자들과는 달리 개인이 하락장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밈 주식 중 하나인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약 49%나 빠졌으며, 지난해 6월 고점 이후 하락 폭은 약 78%에 이른다.
■전망은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를 강타한 베어마켓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연준 긴축도 문제지만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팬데믹 공급난 지속으로 물가 상승이 이어지는 스테그플레이션 출현이 가시화했기 때문이다. 바클레이즈의 마니시 데스판데 미국 주식 전략 담당 대표는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잡히기 시작하면 증시가 바닥을 다지고 전환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기대감도 있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1일 발표될 예정인데 이전 수치보다 낮게 나오면 물가 상승 우려가 부분적으로 해소되고 증시도 지지 기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이 예상한 4월과 5월 CPI는 각각 8.14%, 7.88%로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3월 CPI 8.5%보다 낮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