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등처럼 우주산업 진출 경쟁 안한다
꿈은 소아마비 퇴치… 자선사업 권장” 밝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츠는 지난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국가부채 수준이 이미 높았던 팬데믹의 정점에서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생했다”며 “글로벌 경제는 이미 상당히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팬데믹으로 각국 정부 부채는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고 벌써 일부 공급망 문제가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게이츠는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벌어진 전쟁으로 각종 원자재 가격도 폭등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인도 등 많은 국가가 금리를 높이기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 상승과 금리 인상은 결국 경기 후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4.9%)보다 크게 내린 3.6%로 예상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플레이션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게이츠는 “팬데믹으로 세계에 14조 달러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고 아직도 계속 피해가 늘고 있다”며 “빈국들이 특히 걱정이다. 부유한 국가들이 이런 큰 재정 문제를 겪을 때는 아프리카 같은 곳의 보건 수요가 우선순위에서 멀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게이츠는 이에 앞서 영국 BBC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등 다른 세계적 갑부들처럼 우주 산업에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른 이들에게도 자선사업에 나설 것을 권했다. 이들은 스페이스X, 블루 오리진, 버진갤럭틱 등의 기업을 통해 우주산업에서 경쟁 중이다.
게이츠는 “그것은 내 꿈이 아니다”라며 “내 꿈은 먼저 소아마비를 없애는 것이며, 그다음에는 말라리아 퇴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바른 명분에 (재산을) 돌려줄 것을 나처럼 크게 성공한 이들에게 권할 것”이라면서 “자선사업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게이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백신 접종을 강조해왔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그가 백신을 통해 사람들을 추적하려 한다는 음모론이 확산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말도 안 되는 만큼 웃어넘겨야 한다”면서 “내가 정말 사람들을 추적하고 싶어하겠느냐. 나는 백신에 수십억달러를 썼고, 백신으로 돈을 벌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공공장소에서 어떤 이들이 내게 자신들을 추적한다고 소리쳤는데 끔찍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게이츠는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는지 묻는 말에 “그것과 기후변화는 무관하다”면서 “전기차의 인기로 이런 차를 팔려는 경쟁이 심해질 것이므로, 전기차가 보급되는 것과 관련 업체들의 기업가치가 무한정 늘어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머스크는 게이츠에게 5억 달러 규모의 테슬라 주식을 공매도했느냐고 따졌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매매기법이다.
머스크는 게이츠와 대화에서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가장 많은 일을 하는 테슬라에 대해 당신은 막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당신의 기후변화 자선 활동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이후 머스크는 배가 튀어나온 게이츠 사진과 함께 남성이 임신한 것으로 묘사된 이모지를 트위터에 올려 그를 조롱했다. 이에 대해 게이츠는 이날 “그(머스크)가 나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와의 이혼에 대해서는 “이혼은 매우 힘들다. 힘든 한해였다”고 밝혔다. 이혼에는 게이츠와 억만장자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의 친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게이츠는 “엡스타인과의 만남은 그의 악행을 거의 용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만큼 실수였다”며 “아마 이 점에서 멀린다의 본능이 나보다 예리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