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에서 올해 봄 42%로 크게 증가
지난해 가을 목사 3명 중 1명은 목회 사역 전면 중단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다소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실시된 조사에서 목회 중단을 고려한 목사의 비율이 지난해보다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기독교계 여론 조사 기관 바나그룹은 지난 3월 10일부터 16일 사이 개신교 목사 510명을 대상으로 목회 사역 중단을 고려한 적 있는지와 이유 등을 파악하기 위한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에서 목사 중 절반에 가까운 약 42%가 지난 1년 사이 목회 사역을 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한 적이 있다며 남모를 고충을 토로했다. 지난해 조사 때(29%)보다 약 13% 포인트나 늘어난 것인데 도대체 목사들의 목회 사역을 힘들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년 사이 목회 사역 중단을 고려해 본 적 있는 목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다. 목사라는 직업에서 느끼는 엄청난 스트레스(약 56%), 고독감과 고립감(약 43%), 현재의 정치적 분열 양상(약 38%) 등이 목회 사역 중단을 고려하게 된 이유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이 밖에도 목사들의 목회 사역을 힘들게 하는 다양한 요인들이 지적됐다. 기타 요인들로는 목사 직분이 내 가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29%), 교회 미래가 긍정적이지 않아서(29%), 교회에 대한 내 비전과 교회 방향과의 충돌(29%), 교회 규모의 지속적인 감소(24%), 교인들에게 존경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21%) 등도 있었다. 소수의 목사들은 목회 사역 외 다른 소명을 받아서(10%), 개인적 신앙의 위기 때문에(6%), 내가 생각했던 목회 사역과 달라서(6%) 등을 목회 사역 중단 고려 이유로 밝혔다.
한편 최근 1년간 목회 사역 중단을 고려해 본 적 없다는 목사의 비율은 지난해 가을 71%에서 올해 3월 58%로 하락했다. 목회 사역 중단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들 역시 스트레스, 고독감, 고립감, 정치적 분열 양상 등을 교회를 이끌어 가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3대 요인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이 같은 어려움에도 목회 사역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버팀목은 무엇일까?
가장 많은 목사들은 목회 가치에 대한 믿음(83%)을 목회 사역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언급했다. 목회 소명 완수에 대한 의무감(75%), 직업 만족도(73%), 가족의 지지(67%), 완수해야 할 목회 사역이 남아있어서(60%), 커뮤니티의 지원(59%) 등을 힘들어도 예배당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꼽은 목사도 많았다. ‘회복력 있는 목사’(The Resilient Pastor)의 저자 글렌 파키암 목사는 “목사에게는 조언을 해줄 멘토, 고립감을 덜어줄 동료, 상처를 치유해 줄 치유자가 필요한 존재”라며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목사들의 현실을 지목했다.
지난해 가을 실시된 조사에서는 많은 목사들이 영적, 육체적으로 ‘번아웃’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작년 설문 조사에서 자신이 현재 건강한 상태라고 판단한 목사는 35%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평균 또는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인지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목사들이 건강하지 못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항목은 감정적 건강 상태, 육체적 건강 상태, 재정적 건전 상태 등이었다. 반면 타인과의 관계, 영적 건강 상태, 직업 안정성 등의 항목에서는 양호하다는 답변이 대체적으로 많았다.
<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