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차량 5만대 출하 못해 대기시간 1년 반도“나은 편”
도체 품귀 현상에 따른 대란이 향후 2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인텔뿐만 아니라 메모리·시스템반도체 회사 등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이 일제히 ‘강한’ 칩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 부족을 완화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 증설도 장비 부족 문제로 녹록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일본 르네사스 등 굴지의 시스템반도체 제조사들은 1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반도체 부족 현상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강한 업체들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 등으로 칩 공급에 차질이 생겼지만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봤다. 장 마크 셰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최고경영자(CEO)는 “반도체 수주 잔액(백로그)이 18개월 정도 밀려 있다”고 밝혔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인플레이션 현상까지 덮치면서 칩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히데토시 시바타 르네사스 CEO는 원자재 가격 급등 이슈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질문에 “타이트한 자재 공급으로 가격 상승 압박이 이어질 것”이라고 답했다.
자동차 업계는 칩 공급난으로 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드는 자사 스포츠카인 ‘머스탱’ 생산 공장의 가동을 다음 한 주 동안 중단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자동차에 탑재할 칩이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포드 측은 “반도체를 달지 못해 출하되지 못하고 있는 물량만 현재 5만 3000대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칩 부족 현상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시작됐다. 비대면 수요 증가로 노트북과 태블릿PC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데다 2020년 말 자동차 시장 회복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늘어났다.
PC 수요가 안정세로 접어들었지만 데이터센터 증설, 자율주행·전기차 기술 발전 등으로 응용처별 반도체 수요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공급망 확대다. 한국·미국·유럽·대만·일본 등에서 굴지의 반도체 업체들이 공장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첨단 반도체 장비 공급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ASML·KLA·램리서치 등 주요 장비 업체들은 최근 고객사인 칩 제조사에 ‘장비를 받으려면 최소 1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전 세계를 강타한 물류난으로 렌즈와 밸브·펌프 등 기본적인 것은 물론 반도체 장비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반도체가 없어 장비 공급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는 “대기 시간이 1년 반이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들도 수 분기째 반도체 장비 공급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장은 최근 열린 2022년도 1분기 회사 실적 발표회에서 “ 장비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일부 장비 조달 일정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최첨단 메모리반도체 생산 일정도 연초 계획 대비 일부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령 등으로 발생한 물류 차질과 인플레이션 현상이 칩 수요 부족 상황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진만 삼성전자 부사장은 28일 개최된 회사 실적 발표회에서 “하반기 서버용 반도체 수요는 건전해 보이기는 하지만 일부 부품 공급 이슈가 있어 서버 인프라 구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