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인수로 머스크 경영 회사 5개사로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가 소셜미디어(SNS) 트위터까지 인수하면서 자신의 거대한 제국을 한 차례 더 확장했다. 미국에서는 그가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머스크는 이번 트위터 인수로 직접 거느리는 기업이 5개사로 늘었다. 그는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의 최고경영자(CEO)이고, 지하터널 굴착업체 보링 컴퍼니와 뇌신경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를 창립해 경영하고 있다.
이들 4개사의 직원 수만 합쳐도 11만1,0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트위터 직원 7,500여 명을 더하면 머스크 밑에서 일하는 임직원은 12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 기업의 가치도 천문학적이다. 상장사인 테슬라 주가는 이날 트위터 인수 부담 우려에 12% 이상 급락했지만, 시가총액은 9,059억 달러에 이른다. 비상장사인 스페이스X는 최근 투자유치 기준으로 1,003억 달러, 보링 컴퍼니는 56억7,500만 달러, 뉴럴링크는 5억∼10억 달러로 시장에서 각각 평가받고 있다.
머스크가 인수하게 될 트위터의 시총은 379억 달러여서 머스크 제국의 상장사·비상장사 기업가치는 최대 1조507억 달러에 이르는 셈이다.
그가 운영하는 회사들은 새로운 거대 시장을 개척하면서 그 입지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테슬라는 사람들이 전기차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 브랜드로, 올 1분기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아 시장을 놀라게 했다.
스페이스X는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과 우주여행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인공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업 스타링크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를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해 그 존재감을 세계에 드러내기도 했다.
보링 컴퍼니는 ‘꿈의 친환경 열차’로 불리는 차세대 초고속 열차 ‘하이퍼루프’(Hyperloop)를 추진하고 있으며, 뉴럴링크는 사람의 뇌에 컴퓨터 칩을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트위터는 이제 틱톡과 비교하면 다소 낡은 매체로 인식되지만, 페이스북과 함께 소셜미디어 시장을 키운 장본인이다.
이런 트위터까지 자신의 품에 안은 머스크를 두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굉장한 중요성을 가진 수많은 영역에서 한꺼번에 이렇게까지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을 역사에서 찾기 어려울 것”이라며 “아마도 미국 대통령을 제외하고 경제적·문화적으로 이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머스크가 ‘일 중독자’로 유명하지만 5개나 되는 기업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어 정작 테슬라에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로 테슬라의 주가가 이날 급락하기까지 했다. 물론 여기엔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위해 테슬라 지분을 대량 매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동시에 여러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그 자신의 과거 발언과 어긋나기도 한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트위터와 지급결제 회사 블록(구 스퀘어)의 CEO를 겸임하자 머스크는 “두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이는 너의 자유를 꽤 줄일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고 경제매체 포천은 전했다.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뉴럴링크는 ‘찬밥’ 취급을 했다는 뉴럴링크 직원들의 증언도 나온 적도 있다. 포천 보도에 따르면 머스크는 처음에 뉴럴링크에 일주일에 1번 들르다가 나중에는 분기에 2번만 잠깐 왔다 갔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에 따라 머스크가 트위터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자신과 뜻을 실현해 줄 2인자에게 트위터를 맡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른 사람한테 트위터를 이끌도록 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것 같다”며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때문에 다른 곳에 손을 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