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간 금리정책 역사에서 전례 없어
그린스펀 의장 당시 ‘연착륙’은 인플레 이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기침체를 유발하지 않고서도 고공행진하는 물가를 낮출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연준의 그런 시도가 성공한 적이 없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진단했다.
지난 80년간 연준의 금리정책 역사를 되돌아보면 연준이 현재 하려는 것처럼 물가 상승률을 약 4%포인트나 낮추면서도 경기침체를 야기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예컨대 1980년대 초 ‘인플레이션 파이터’ 폴 볼커 전 의장이 재임하던 시절 연준은 ‘오일쇼크’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인상했다. 그 결과 물가는 잡혔으나 실업률은 두 자릿수대로 급등하며 미국 경제는 깊은 경기침체에 빠졌다. 이른바 ‘경착륙’을 한 것이다.
연준이 ‘연착륙’에 성공한 적이 없지 않았다. 1994∼1998년의 일이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1년간 기준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으나 실업률은 계속해서 하향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1994년 당시는 지금과 같이 인플레이션이 한창 진행되던 때가 아니었다. 즉, 그린스펀 전 의장이 ‘파티가 한창 무르익을 때 펀치볼을 치웠던’ 것으로,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고치를 보이는 현 상황의 전례가 될 수는 없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은 기준금리를 내년 말까지 2.75%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이 경우 물가상승률은 2024년까지 지금보다 약 4%포인트 떨어져 2%를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안정되면서도 경제는 2∼3%대 성장률을 보이고 실업률은 4% 미만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연준은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엘런 미드 전 연준 정책보좌관은 “제가 보기엔 그 시나리오는 그럴듯하지 않다”며 “경착륙하지 않고 (연준이) 이런 일을 할 가능성은 떨어졌다”고 말했다.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는 자신이 만든 정책금리 조정 기준인 ‘테일러 준칙’에 따르면 연준은 지금 당장 기준금리를 5%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준이 1년 안에 기준금리를 이같이 극적으로 올릴 것 같지 않으므로 올 12월까지 일단 3%까지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으면 계속 올릴 수 있다는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WSJ은 연준의 연착륙 시도가 성공할지는 연준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그런 요인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으로부터 에너지 공급 회복 ▲경제활동참가율 제고를 통한 노동력 부족·임금인상 압력의 완화 ▲중국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공급망 병목 현상의 해소 ▲코로나19의 완전 종식 등을 꼽았다.
한편 연준 내 주요 ‘매파’(통화긴축 성향 인물)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불러드 연은 총재는 한 행사에 참석해 그린스펀 전 의장이 1994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어도 이후 장기간 경제가 호황을 누렸다면서 “0.75%포인트 인상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저의 기본 가정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준이 금리 인상을 한번 한 시점에 경기침체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미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 장기추세를 웃도는 견실한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실업률은 3%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