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뒤 팝스타 공연에 와인파티까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직원들을 사무실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 팝스타 공연과 공짜 식사 등 다양한 복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고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2일 보도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강요한 2년간의 재택근무 뒤 직원들은 번잡한 출·퇴근과 트레이닝복이 아닌 복장, 공용 화장실 같은 생활로 다시 돌아오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자 “돈과 사무실이 넘쳐나는 IT 회사들은 최소 1주일에 며칠이라도 사무실로 의무적으로 출근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신나는 (아이들이 타는 장난감용) 마차를 도입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이 내놓는 ‘당근’은 인기 팝가수의 공연부터 공짜 식사와 술, 선물까지 다양하다. 지난 4일부터 대부분의 직원이 주 사흘 출근하도록 한 구글은 이달 중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 인근의 원형극장에서 인기 가수 리조를 초청해 공연을 연다.
구글은 새로 출근한 직원들에게 사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은 생산적일 뿐 아니라 재미있기도 해야 한다며 ‘너무 긴장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연달아 이어지는 회의를 잡지도 말라고 했다. 구글은 또 모든 구글러(구글 직원)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인 ‘식사와 공짜 선물’을 제공하는 팝업 행사도 준비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전기 스쿠터를 출퇴근용으로 리스하는 직원들에게 월 49달러를 보조해주기 시작했다.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혼합형) 근무 형태에 맞춰 사무실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방안도 실험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월 말 워싱턴주 레드먼드의 사무실을 다시 열면서 지역 밴드를 초청해 공연을 하고 맥주와 와인을 제공하는 한편 테라리엄(식물을 기르는 유리 용기) 제작법 강좌도 마련했다. 또 한국 음식과 바비큐, 프라이드치킨, 타코 등을 나눠주는 푸드트럭과 피자, 샌드위치, 커피 등도 준비했다.
모바일 통신칩 업체 퀄컴도 지난 8일 샌디에고 사옥에서 사무실 복귀 첫 주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크리스티아노 어몬 최고경영자(CEO)와 수천 명의 직원에게는 공짜 음식과 음료, 티셔츠가 제공됐다. 퀄컴은 또 간식을 제공하거나 피트니스 수업을 진행하는 ‘휴식의 화요일’, ‘건강의 수요일’ 같은 요일별 행사도 열기 시작했다.
콜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의 애덤 걸린스키 교수는 “이런 기념행사와 복지 혜택은 직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기 싫어한다는 것을, 적어도 예전만큼 자주 오기는 싫어한다는 것을 기업들이 알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지금으로선 기업들이 사무실에 나온 직원들에게 보상을 해주면서 채찍보다는 당근 쪽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당근에도 직원들은 여전히 사무실 출근을 꺼리고 있다. 구글 직원들이 밈(인터넷에서 패러디·재창작의 소재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을 공유하는 내부 사이트에 올라온 인기 있는 밈 중 하나는 이런 정서를 엿보게 한다.
이 밈은 회사 구내식당 사진에 “RTO(Return To Office·사무실 복귀)는 당신들 중 누군가가 구글을 관둘 때까지 그저 서로 몸을 부대끼며 ‘점심 빨리 챙겨야 해’라고 말하는 것”이란 설명이 달린 것이다.
매달 사무직 5,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는 스탠포드대학 경제학과의 닉 블룸 교수는 대부분의 직원이 주 2∼3일만 출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3분의 1은 하루도 사무실에 나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고 그는 전했다.
블룸 교수는 기업들의 과제가 자기 출근 일정을 마음대로 정하도록 하는 유연성과, 업무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해 직원들이 특정한 날짜에 나오도록 하는 엄격한 접근 사이에 균형을 잡는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