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CJ아메리카 필두로 대상·풀무원 속속 설립
한국 식품업체들 사이에 미국 내 생산 공장 설립 경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 ‘K-푸드’에 대한 미국 내 위상이 상승하면서 미국 주류 시장 공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앞다퉈 미국 내 공장을 설립해 가동에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과 농심이 일찌감치 LA를 비롯해 미국에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데 이어 최근 ‘종갓집’ 브랜드 김치 등을 생산하는 대상도 1,000만여달러를 들여 LA 생산 공장을 설립하고(본보 29일자 B2면 보도), 풀무원도 인기 만두 제품을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에 나서고 있다. 삼양식품과 오뚜기도 미국 내 현지 생산 공장을 물색하고 있어 한국 식품업체들의 미국 공장 설립 붐은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8일 ‘종가집 김치’의 대상은 LA 인근 시티 오브 인더스트리 지역에 10만여 스퀘어피트 규모의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대상은 LA 공장에서 비건 김치를 비롯해 10종의 김치와 함께 고추장 6종도 생산해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대형 매장 내 종가집 김치 입점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아메리카 관계자는 “LA 생산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미국 주류 시장 공략의 전초 기지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주류 시장은 현지 공장이 맡고 수입을 통해 한인 시장을 유지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풀무원USA도 ‘얇은피 꽉찬속 만두’(이하 얄피만두) 2종(고기만두, 김치고기만두)을 올해부터 미국 내 공장에서 직접 생산해 미국에서 냉동만두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풀러튼 공장을 비롯해 동부의 뉴욕과 보스턴에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풀무원USA는 냉동만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H마트’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주 전역에 산재해 있는 97개의 H마트 매장을 유통 통로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풀무원USA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연평균 9.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내 냉동만두 매출을 더욱 끌어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의 모범적인 선례를 보이고 있는 농심과 CJ제일제당도 후발 주자들의 도전장을 받고 현지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심은 다음달부터 코로나 지역의 제2공장 가동에 들어간다. 북미 지역에서 수요가 생산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자 생산 시설을 늘려 대응에 나선 것이다.
제2공장은 용기면 2개, 봉지면 1개 라인을 갖췄다. 모두 고속 라인으로, 농심은 이곳에서 신라면과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농심은 연간 3억5,000만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한 제2공장과 앞서 지은 제1공장 생산량을 합쳐 연간 8억5,000만개의 라면을 만들 수 있게 됐다.
농심아메리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국내 생산 물량까지 미국 시장에 공급했을 만큼 기존 공장의 생산 능력이 사실상 포화 상태”라며 “제2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현지 공급이 큰 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아메리카는 제2공장이 가동되면 미국 시장 공략에 힘을 받아 앞으로 매년 20%대의 성장률로 오는 2025년에는 8억달러의 매출 목표를 내부적으로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제일제당 역시 미국 현지에서 수년간 8,000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투자해 비비고 만두의 현지화에 집중해 오고 있다. 현재 풀러튼 공장과 뉴욕 브루클린 공장을 가동하고 있고 뉴저지와 버몬트 공장도 본격적인 생산에 돌입했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슈완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내 생산 기지는 모두 21개로 대폭 늘려 생산 공장 확대의 성공적인 모델이 됐다. 올해 초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만두 생산 공장 부지가 확정되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월마트. 크로거, 코스트코 등 주요 유통업체가 갖춘 3만여 곳의 매장에 비비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양라면’으로 대표되는 삼양식품도 미국 내 판매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현지 생산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진라면’의 오뚜기도 LA 인근에 공장 부지를 물색하고 있어 한국 식품업체들의 미국 생산 공장 설립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