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대응 강수에 실업률 상승 못 피할 전망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982년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와 싸우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연준이 의도한 대로 경기 연착륙이 가능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이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는 ‘경기둔화’(growth recession)라는 관측이 시장에서 커지고 있다고 28일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경기둔화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하는 명백한 경기후퇴까지 가지는 않지만,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고 실업률은 높아지는 상황을 뜻한다.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연착륙과는 거리가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서 향후 1년간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 경제를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미국 경제가 ‘준 경착륙’(semi-hard landing)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회계·컨설팅업체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통화긴축 정책을 실시하면서 실업률 상승을 예상하지 않는 것은 ‘공상’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후퇴는 피하겠지만 경기 둔화로 실업률이 내년 말 4.8%까지 높아지리라 전망하면서 “난 그런 상황을 ‘준 경착륙’이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피터 후퍼 도이체방크 경제 리서치 책임자는 “연준은 운이 좋다면 내년에 경기둔화로 그럭저럭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도 경제성장률이 작년 5.7%에서 향후 1% 안팎으로 하락하고 실업률은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연준이 코로나19 대확산에서 회복하는 과정에서 과열된 경제를 둔화시켜야 한다며, 지속적인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려면 이 정도가 바람직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경기후퇴를 피할 수 있을지도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현 수준의 높은 물가상승률과 낮은 실업률을 고려하면 향후 24개월 이내 경기후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예상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1940년대 이후 실업률이 0.3%포인트 높아질 때 경제는 전면적인 경기후퇴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파월의 주장에는 많은 전문가도 동의한다. 2월 소비자 지출 지표는 양호했으며 가구는 지출 가능한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소비자 심리가 악화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유통업체 메이시스는 이미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리려 했을 때 소비자들의 저항을 겪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으로 경제 성장, 특히 주택을 비롯한 금리에 민감한 분야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결국 미국이 경기후퇴에 빠질지는 연준이 물가를 어느 정도 선으로 잡기를 원하는지, 이를 위해 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달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내년에 근원물가 상승률이 현재의 5.2%에서 3% 정도로 하락하면 ‘격렬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승리를 선언하고 멈춰야 하느냐?”라면서 “내 대답은 ‘예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