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매 선호 증가… 전달 대비 84% ↑
미국인들 4분의 1은 하이브리드·전기차 고려
40대 한인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들어 자동차 운행을 가급적 줄이려고 애쓰고 있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개솔린 가격 때문이다. 박씨는 “봄을 맞아 자동차 나들이를 나가고 싶지만 개솔린 가격이 비싸다 보니 멀리 나가기가 꺼려진다”며 “개솔린 가격에 스트레스를 받느니 이참에 전기차로 차를 바꾸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미국 내 개솔린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인들 사이에서도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전기차 구매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없어서 못 파는’ 현상까지 벌어져 전기차가 ‘귀하신 몸’ 대접을 받고 있다.
23일 월스트릿저널(WSJ)은 지난 7일부터 13일까지 1 주일 동안 자동차 거래 웹사이트인 ‘에드먼즈’에서 차량을 구매하려는 미국인 중 4분의 1정도가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의 전기차 구매 선호 현상은 전주보다 39%, 1달 전에 비해서는 84%나 각각 늘어났다.
전기차 구매 선호 상승세의 가장 큰 동력은 높은 개솔린 가격이다. 미 전역의 개솔린 평균 가격은 24일 현재 4.236달러다. 지난 11일 4.331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은 뒤 소폭 하락했지만 1달 전 3.543달러, 1년 전 2.874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LA 카운티의 경우 이번주 개스값 평균이 사상 처음으로 6달러를 넘어섰다.
한인사회에서도 고유가 여파에 따른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솔린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수요층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한인들에게는 전기차 옵션이 추가되면서 선택지가 복잡해졌다. 개솔린 차량을 사려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구입을 고민하는 한인들도 적지 않다.
전기차 구매 수요 증가세는 바로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산 차량을 취급하는 딜러십의 판매 상황에서 드러나고 있다.
한 한인 딜러는 “현대차의 대표적인 전기차인 아이오닉5의 경우 올해 25대 신차를 배정 받았는데 2달이 채 안 돼서 완판될 정도”라며 “물량 공급이 달리면서 대기 순서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수요가 줄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의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달 미 전역에서 2,544대가 팔렸고 기아 EV6도 2,125대나 판매됐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부족한 충전 시설, 제한적인 주행거리 등이 전기차 인기 몰이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경제성이 이 같은 불만 요소의 영향력을 상쇄하고 있다.
현재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는 한인 정모씨는 “집에 충전장치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며 “1달에 평균 30~35달러의 전기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개솔린 가격 스트레스를 겪지 않아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