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치솟아… 10년물 3년여 만에 최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제로 금리’ 시대를 끝내고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가운데 미 국채 금리가 출렁이면서 경기침체 리스크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해 금리를 높이면서 ‘연착륙’하겠다는 계획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21일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콘퍼런스에서 연준이 너무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면서, 필요하면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바 있다.
파월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성향) 발언 이후 금리 선물 시장에서는 5월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확산했다. 또한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금리는 치솟았다. 특히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보다 더 많이 올랐다는 데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18일의 2.153%에서 21일 2.298%로 0.145%포인트 상승,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2년물 금리는 1.942%에서 2.111%로 0.169%포인트 올라 10년물 금리 상승폭을 추월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의 큰 주목 대상인 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금리의 격차는 연초 약 0.92%포인트에서 현재 약 0.19%포인트로 크게 줄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국채 5년물과 30년물 금리 차이도 2007년 이후 최소로 좁혀졌다. 이에 따라 단기부터 장기까지 국채 수익률을 나타내는 그래프인 수익률 곡선은 더욱 평탄해졌다.
이처럼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다가 단기 국채 금리가 장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해 수익률 곡선이 뒤집히면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의 전조로 여겨진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점차 평탄해지는 수익률 곡선의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전략가들은 “시장은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것이라는 연준의 전망에 의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은 경기침체 리스크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콘티고의 멜리사 브라운은 연준이 통화 긴축으로 물가를 낮추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것을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장의 견해가 바뀐 것을 수익률 곡선이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은 연준이 난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는 것 같다. 경기침체를 일으키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파월 의장은 향후 1년간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낮추면서 경제를 침체에 빠지지 않게 하는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에 수익률 곡선 역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토퍼 머피 서스케하나파이낸셜그룹 파생상품 대표는 “수익률 곡선은 확실히 불길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이 항상 경기침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