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스값·점심값 다 폭등, 한 끼에 15~20달러나
팬데믹 완화로 재택근무를 끝내고 사무실로 복귀한 직장인들이 물가 급등에 울상을 짓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폭등한 개스비는 물론이고 매일 끼니를 때워야 하는 점심값도 급등해 지갑이 가벼워졌기 때문이다.
9일 CNBC 등 다수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에서 대다수 기업들의 직원들이 사무실로 복귀하고 있다. 당장 재택근무를 전원 매일 출근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중 3일 정도 회사로 오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로 변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월마트 등이 이와 같은 출근 시스템을 발표했다.
문제는 회사로 복귀하는 직장인들이 재택 근무 때보다 소비 지출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대비 7.5% 폭등해 198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으로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재택근무를 했을 때는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낄 수 있었던 돈을 사무실을 나오니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갑작스러운 지출 증가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가장 많이 오른 것은 모든 직장인들의 고민인 점심값이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전체 평균으로 외식비용은 지난해 말 기준 전년 대비 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A와 같은 대도시의 점심값 상승은 전국 평균의 2~3배일 것으로 추정된다.
LA 한인타운 내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 모씨는 “한인 식당은 물론이고 주류업계 레스토랑 체인들까지 밥값이 안 오른 곳이 없다”며 “점심 한 끼에 팁과 세금까지 합쳐 15~20달러씩 하다보니 주위에 재택근무 시작과 함께 도시락을 싸오는 동료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레스토랑 체인들에 따르면 메뉴 가격은 최근 크게 늘었다. 미국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의 경우 지난해 빅맥을 비롯해 대부분 메뉴의 가격을 약 6% 올렸는데 올해 더 공격적인 인상이 예상된다. 이외에도 타코와 부리또 등을 판매하는 치폴레가 지난해 이후 제품 가격을 약 10% 올렸고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도 작년 10월과 올해 1월 두 차례나 커피값을 인상했다.
점심값과 함께 급등한 개스비도 회사로 출퇴근을 시작해야 하는 직장인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남가주자동차클럽(AAA)과 유가정보업체(OPIS)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LA 카운티 지역 셀프 주유 레귤러 개솔린 평균 가격은 갤런 당 5.6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일 대비 13.3센트 오른 사상 최고치다. 개솔린 가격은 최근 15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이 기간 동안 갤런당 무려 86.4센트가 치솟았다.
최근 격화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개솔린은 물론이고 외식 비용을 더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공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식량강국인데 관련 공급이 끊기면 미국 식품값도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