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본부 산하 차량 소프트웨어(SW) 조직 꾸려
현대자동차그룹이 차량용 소프트웨어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조직을 새롭게 꾸렸다. 개별 조직으로 분리돼 있던 전자·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한데 모아 SDV(소프트웨어로 기능이 제어되는 차량) 개발 체계 구축에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다.
이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송창현 사장이 수장을 맡아 소프트웨어 전략을 진두지휘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전자기기와 자동차를 연결하고 차 안에서 오락을 즐기는 인포테인먼트 기능을 강화시키는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개발에 나선 글로벌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지난달 말 연구개발본부 산하에 차량 소프트웨어(SW) 담당 조직을 새롭게만들었다. 기존 연구개발본부 직속이던 전자개발 센터와 인포테인먼트개발센터 등이 차량 SW 담당 조직 내로 편입됐다.
그룹 내 모빌리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본부를 이끌고 있는 송 사장이 신설된 조직도 함께 맡는다. 송사장은 네이버를 비롯해 다수의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쌓은 뒤 지난해 현대차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송 사장의 겸직으로 서비스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인 TaaS 본부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 간 연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 조직을 손본 배경에는 최근 자동차가 운송수단에서 문화 및 생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 자리하고 있다.
자동차의 개념이 변화함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핵심 경쟁력은 차체와 같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중심축이 이동하는 상황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조직 변경은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이뤄졌다며 차량 소프트웨어의 내재화를 앞당기고 SDV 개발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신설 조직을 통해 현대차의 블루링크, 기아커넥트 등 커넥티드 서비스는 물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서비스를 위한 기술 개발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자율주행 로보틱스와 더불어 소프트웨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그룹이 추구하는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에 달려있다며 개방형 플랫폼을 지속 확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교류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자동차 경쟁력의 무게중심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기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달 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 2022에서 아마존과 함께 커넥티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말 진행한 소프트웨어 데이를 통해서는 오는 2025년까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전환에 300억 유로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OTA 기반의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가 새로운 성장 동력 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메리 배라 GM 회장도 CES에서 플랫폼 혁신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하며 소프트웨어 지원 서비스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를 공언했다.
지난해 10월 전 세계 투자자를 대상으로 연 GM 인베스트 데이에서는 차량의 카메라와 센서를 소프트웨어로 통합하면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다며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 바 있다.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