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서 시승행사 성황리 진행, 유려한 외관 디자인 주목
전기차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를 샀다는 것만으로 운전자의 취향이 드러났지만 이제는 다르다.
쉐보레 ‘볼트’같이 실용성에 중점을 둔 소형 해치백 형태의 전기차 뿐만 아니라 고성능을 자랑하는 스포츠카인 아우디 ‘e-트론 GT’, 벤츠가 만든 소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QA까지 운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 시켜주는 차가 많다. 바야흐로 어떤 전기차를 사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기아가 새로 출시한 ‘EV6’는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차를 살지 고민에 빠진 운전자에게 다방면의 만족감을 제공하는 차다. 아우디 e-트론 GT 만큼 빠르지 않지만 상당한 주행성능을 자랑하고, 벤츠 EQA 처럼 SUV는 아니지만 해치백이라 세단보다 실내공간이 넓으며, 제네시스 럭셔리 모델만큼 고급스러움을 갖춘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2일 LA 한인타운 인근 윌셔와 페어펙스에 위치한 피터슨 자동차 박물관에서 진행된 시승식에서 만나본 EV6의 외관은 스포티한 느낌으로 유려했다. 형제차라고 할 수 있는 현대 ‘아이오닉5’는 미래적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린 탓에 투박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EV6는 디자인 측면에서 호평이 많다. 전면은 세단 같지만 측면은 SUV 윤곽이 나타나면서 앞쪽 모터룸 덮개와 뒤쪽 적재함 상단을 직선으로 마감해 겉모습이 크지만 둔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사이드미러 끝을 뾰족하게 만든 게 날카로운 인상을 줬다. 기아가 EV6를 기점으로 전기차에 반영한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오퍼짓 유나이티드’(상반된 개념의 창의적인 융합)가 반영돼 매끄러운 외관이 나타난 것이다.
실내로 들어가 보면 해치백 스타일이 주는 공간의 장점이 컸다. 넉넉한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1열과 2열의 넓이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300ℓ의 적재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차내 디자인에서는 과하지 않은 절제감이 돋보였다. 아이오닉5와 달리 전기차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 기존 디자인의 방향성을 유지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켜고 주행을 시작했다. 프리웨이에 진입 전 시내 주행에서는 전기차답게 소음이 느껴지지 않았다. 차량 하부에 배터리팩이 배치된 ‘E-GMP’ 플랫폼의 특성상 무게 중심이 낮아 안정감이 높고 운전이 편안한 느낌도 들었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좋았지만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구간에서는 다소 충격이 느껴졌다. E-GMP가 주는 일체감은 SUV보다 세단에 가깝다. 시트로 전해지는 차체의 느낌이 단단한 편이다.
시내를 빠져나와 프리웨이에 차를 올리고 가속을 시작했다. 페달을 밟으면 망설임 없이 속도계 숫자가 올라갔다. 이날 탑승한 EV6 GT-Line 모델은 320마력 전기모터의 힘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까지 가속하는 데 단 5.1초면 충분하다. 최고출력 320마력의 힘이 느껴지는 것은 물론 속도가 끊임없이 올라감에도 안정감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특히 고속 주행 중에도 차선변경과 선회에서 충격 흡수와 제동력이 우수했다. 왕복 70마일 정도의 시승을 마친 뒤 확인한 배터리 잔량은 71%로 190마일 가량을 더 달릴 수 있었다. 시승을 위해 브레이크와 액셀을 자주 밟았다 뗏다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디자인은 물론 주행성과 연비 측면에서 운전자의 다양한 취향을 평균 이상으로 만족시키는 EV6는 기아에서 향후에 나올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도 높여줬다. 기아는 EV6보다 차체를 키운 대형 전동화 SUV ‘EV7’(가칭) 출시를 준비하는 등 앞으로 전기차 시대의 강자로 거듭날 예정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