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 이중국적 아들 안보 관련 직장 불이익
한국의 선천적 복수국적법으로 인해 미국내 혼혈 한인 2세들도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인 아버지가 국적법에 대해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 사상 최초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나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4일(한국시간) 한인 2세 자녀를 둔 미국인 아버지 브라이언 헌트(가명)씨는 선천적 복수국적이 된 아들의 국적이탈 신고 시 가족관계등록에 관한 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한 국적법 시행 규칙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는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서 혼혈 한인 2세를 낳은 미국인 아버지가 미국에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최초의 사례다.
헌법소원 당사자인 헌트씨는 현재 미국 국가기밀 정보를 다루는 직위에 있는데 한국의 국적법에 따라 자신의 혼인신고와 선천적 복수국적 아들의 출생신고를 할 경우 국가안보관련 규정 위반으로 본인의 직업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돼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됐다.
그의 아들은 버지니아에 거주중으로 최근 선천적 복수국적이 문제가 돼 미 해군 핵담당 부서 발령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아버지 헌트씨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저스틴(18·가명) 군은 최근 미 해군에 지원해 우수한 성적으로 극비의 핵 담당 부서 발령을 받고 기뻐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해군 측에서 이중국적자에 해당될지 모르니 주미 한국대사관에 연락해 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번 소송을 포함해 그간 7차례에 걸친 국적법 헌법소원을 주도해온 전종준 변호사는 “한국 국민이 아닌 외국인도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침해 당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로 정립되어 있는 만큼 이번 헌터씨의 소송은 단지 시작일 뿐 앞으로 더 많은 소송 제기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미국인 아버지에게 개인 신상 정보 제공 및 등록을 강요하는 위헌적인 국적법 시행 규칙은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인 모두에게 적용돼 한미 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외교문제로 번질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임국희 변호사는 “미국인 아버지가 한국의 국적법과 주민등록관련법을 따를 경우 자신의 직업을 온전히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심각한 기본권 침해가 벌어지는 상황이므로, 헌법재판소의 긴급한 권리구제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미국인과의 국제결혼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기본권 침해를 유발하는 이 사건 조항은 조속히 위헌판결을 받아서 반드시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이번 헌법소원을 계기로 국회에서 국적법 개정 심의 과정 중 국제화된 새로운 가족 관계 추세를 반영하는 올바른 개정법이 하루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