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선수들이 때아닌 추위와 싸우고 있다.
LPGA투어는 시즌 개막전부터 3개 대회를 날씨가 따뜻한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개최한다.
플로리다는 많은 사람이 추위를 피해 따뜻한 날씨를 즐기러 오는 겨울 휴양지다.
많은 골프 선수가 플로리다주를 거주지로 선택한 이유도 비시즌인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 속에서 마음 놓고 골프를 할 수 있어서다.
LPGA투어가 1월 대회를 플로리다주에서 여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하지만 29일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보카 리오 골프클럽에서 열린 게인브리지 LPGA 3라운드에 나선 선수들 복장은 마치 한국의 겨울 골퍼와 비슷했다.
선수들은 털모자와 장갑, 그리고 두꺼운 패딩에 체온을 지키려고 비옷 바지를 걸친 채 경기에 나섰다.
캐디 역시 털모자와 귀마개 등 추위를 막는데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었다.
이날 기온은 섭씨 9∼12℃로 섭씨 20도를 넘나드는 플로리다주 겨울 날씨답지 않게 쌀쌀했다.
게다가 시속 30㎞ 강풍이 불어 체감온도는 거의 영하 수준이었다. 바람은 한때 시속 50㎞를 넘었다.
겨울이 춥고 긴 캐나다 출신 브룩 헨더슨은 "고향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추운 날씨는 이날뿐 아니다.
지난 24일 끝난 개막전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최종 라운드도 섭씨 4도까지 떨어지는 추운 날씨 속에 치러졌다.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는 날씨에 무너졌다.
힐튼 그랜드 베케이션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 때도 3라운드에 선두로 나섰다가 추위가 닥친 4라운드에서 3오버파로 부진, 공동 4위로 밀렸다.
이번 대회에서도 코다는 방한복으로 무장하고 치른 3라운드에서 4오버파를 쳤다.
코다는 세계랭킹 1위가 말해주듯 최고의 샷을 구사하지만, 아직 어려서 경험이 적고 따뜻한 플로리다주에서 자라 추위 속 경기는 서툴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덥고 해가 쨍쨍하면 넬리는 나보다 50야드 더 멀리 친다"면서 "나처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은 날씨가 나쁜 게 더 낫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루이스는 이날 이븐파 72타를 쳤는데 순위가 10계단 올랐다.
이날 평균 타수는 75.1타로 1라운드보다 4.6타 많았다.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뛴 경험이 있는 셀린 부티에는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이런 날씨에서 골프 많이 친다"고 말했다. 부티에는 이날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3언더파 69타)를 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