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국 181명 ‘코로나블루’집단 정서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돼 많은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했던 지난 2020년 미주 한인 자살은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사태로 인한 불안과 우울증 등 이른바 ‘코로나 블루’ 상담은 늘은 반면 재난 상황에서 자살 방지를 위한 집단 정서 및 사회 분위기 변화, 사회 보호망 강화 등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이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20년 자살로 인한 전국 한인 사망자 수는 181명으로, 2019년의 207명보다 감소했다. 2020년 한 해 한인 자살 건수는 지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였다.
전체 한인 사망 원인에서 자살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3.26%에서 2020년 2.2%로 줄었으며, 사망원인 순위도 8위에서 10위로 내려갔다.
한인 자살 감소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다양한 요인이 원인으로 추정됐다. LA 카운티 정신건강국의 김재원 정신건강 교육 코디네이터는 “먼저 재택근무, 재택수업, 사회적 거리두기, 엄격한 위생 습관 등이 강조된 기간 동안 자살로부터 보호해주는 특정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요건들이 이 시기에 오히려 강화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 코디네이터는 또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까지 생겨나며 우울증, 불안 등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증상으로 일반화해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면서 “정신 문제를 호소하는 이들이 더욱 사회적으로 수용받는 느낌을 갖게 하고 정신적 어려움 호소자들에 대한 낙인화(Stigmatization) 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코디네이터는 이어 “이 외에도 전국민이 겪는 어려움에 대응하는 정부의 구제책, 리소스 및 자선단체의 활동 증가로 보호망이 강화되고 취약계층이 사회적 안전망을 체감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살예방자원센터의 제리 리드 센터장은 인터뷰에서 “팬데믹 초기에 똑같이 어려움을 겪고 같은 대상(바이러스)와 맞서 싸운다는 집단 정서는 사람들의 정서적 붕괴와 자살을 막아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2020년 한인 자살은 연령별로 25~34세, 45~54세에서 가장 많았지만, 다른 연령 층에도 비교적 고루 분포돼 있었다. 연령 별로 5세~14세 2명, 15~24세 19명, 25~34세 32명, 35~44세 23명, 45~54세 30명, 55~64세 19명, 65~74세 24명, 75~84세 21명, 85세 이상 11명 등이었다.
한편 자살이 2020년 감소하긴 했지만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재원 코디네이터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 질 수 있는 빈부격차, 고용, 주거 등 사회 문제는 물론, 상대적 박탈감, 절망감 등으로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정신건강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제리 리드 센터장은 “점차 사람들이 학교, 직장으로 복귀하는 시기에 어떤 이들에게는 우울감과 절망감이 높아질 수 있는데, 그 때가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시기”라고 경고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