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오하이오 200억불 투자
겔싱어 “미국 반도체 제조리더십 회복”
40년만에 새로운 반도체 기지 조성 나서
인텔이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3조 8,500억 원)를 투자하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에 역량을 쏟아붓는다. 인텔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자국 반도체 산업 부흥 정책을 지렛대 삼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이 분야 강자인 삼성전자와 TSMC와의 격돌이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파운드리 시장이 TSMC와 삼성전자·인텔의 삼파전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텔은 지난 21일 오하이오주에 차세대 혁신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공장 부지는 생산 라인 8개를 조성할 수 있는 크기(약 404만 ㎡)지만 인텔은 우선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2개 라인만 짓는다. 해당 생산 라인은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을 포함,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할 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말 착공할 신공장은 인텔이 40년 만에 새롭게 조성하는 반도체 제조 단지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인텔은 애리조나·뉴멕시코·오리건주에 50억~70억 달러 규모에 달하는 투자를 연달아 발표했지만 이들 모두 예전부터 가동하던 공장에 설비를 증설하는 보완적 성격이었다. 또한 통상 파운드리 공장 설립은 고객사 주문을 미리 받은 후에 추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지난해 3월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본격 선언한 인텔이 우량 고객사와의 장기 계약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인텔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자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탄력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 반도체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접근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와 산업계는 인텔의 이번 투자로 오하이오주가 ‘반도체 분야 핵심 요충지(Silicon Heartland)’로 떠오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어에프로덕트 등 미국계 반도체 장비 회사도 인텔의 신공장을 측면 지원하고자 오하이오에 진출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 투자에 대해 “진정으로 역사적인 투자”라며 “7,000개의 건설 일자리와 3,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연구개발 분야에서 미국은 1위였는데 지금은 9위이고 중국은 30년 전에 8위였는데 지금 2위”라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할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한편 인텔의 공격적인 투자 발표에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의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도 추가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TSMC가 53.1%, 삼성은 17.1%를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은 대만 UMC(7.3%), 미국 글로벌파운드리(6.1%), 중국 SMIC(5.0%) 순이다.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인텔은 파운드리에서는 10위권 수준으로 뒤처져 있다.
그러나 반도체 설계 노하우가 뛰어난 인텔이 “옹스트롬의 시대를 열겠다”며 자신감을 피력하면서 파운드리 분야 기술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조짐이다. 옹스트롬은 0.1㎚를 나타내는 단위로 이는 인텔이 삼성·TSMC가 개발 중인 2㎚ 이하 초미세 공정보다 진보한 기술을 구현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반도체 업계는 올 한 해 440억 달러(약 52조 원)를 설비투자에 쓰겠다고 밝힌 TSMC가 애리조나주 등에 상반기 내 추가 투자를 발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를 투자해 신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는 평택4공장(P4) 등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