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행 이민자들 상대 멕시코 통과비용 갈취 “연간 50억 달러 벌어”
중남미 이민자들의 미국행 시도가 계속되면서 각종 비극도 끊이지 않고 있지만, 이민 위기를 이용해 배를 불리는 이들의 주머니는 더욱 두둑해지고 있다.
멕시코 범죄조직들이 미국 국경으로 가기 위해 멕시코를 통과하려는 이들에게 돈을 받아 1년에 50억 달러까지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EFE통신이 23일 보도했다.
미국으로 가려는 중남미 등 출신의 이민자들은 보통 과테말라를 거쳐 멕시코 남부 국경으로 들어온 후 멕시코를 거슬러 올라가 미국 남부 국경까지 간다. 멕시코를 종단하는 것은 긴 여정이기도 하지만 당국에 발각될 가능성이나 범죄의 희생양이 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상당수의 이민자가 밀입국 브로커들에게 돈을 주고 멕시코를 건넌다. 조직범죄 전문가인 사만타 페레스는 EFE통신에 “전엔 이민자들이 ‘코요테’(밀입국 가이드를 뜻하는 은어)에게 가이드 비용을 줬다면, 지금은 단지 범죄조직이 장악한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 돈을 지불한다”고 말했다.
2012년만 해도 멕시코를 통과해 미국까지 가는 비용은 3,000달러를 넘지 않았지만, 지금은 1만5,000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고 EFE는 전했다.
한 달에 3만 명이 미국에 가기 위해 멕시코를 통과한다고 하면 범죄조직이 이 과정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1년에 50억 달러가 넘는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압박으로 멕시코가 미국으로 가는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멕시코 통과는 더 어려워졌고, 자연스럽게 브로커에게 내는 비용도 올라갔다. 이러한 밀입국 알선범죄에는 로스세타스와 엘골포 등 멕시코 대형 마약 카르텔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에서 미국행 이민자들을 가득 태운 화물차가 전복되면서 50명 이상이 숨진 사건은 절박한 아메리칸드림을 이용한 돈벌이의 폐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적지 않은 돈을 받고도 열악한 화물차에 이민자들을 잔뜩 욱여넣어 위험한 여정으로 내몬 것이다.
앞서 지난 1월엔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에서 불에 탄 이민자들 시신 19구가 발견됐는데, 이 역시 밀입국 알선 범죄조직과 관련한 사건이었다.
전문가들은 멕시코 정부가 밀입국 알선 범죄조직을 조속히 해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멕시코 몬테레이공대의 정치학자인 가브리엘라 데라파스 교수는 EFE에 “멕시코가 이런 조직을 하나라도 해체한 적이 있었느냐”며 “(밀입국 알선이) 아무런 장애물도 없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산업이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