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채무 상환 재시작…4,500만명, 1조6,000억달러 달해
연방 정부의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조치가 내년 1월 종료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오미크론 변이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난이 심해져 빚을 갚기 힘든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상환이 재개되면 개인 파산 등으로 경제 충격이 클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정부 학자금 대출 상환 유예가 내년 1월 31일로 종료될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민주당 소속 연방 상원의원들이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상환 유예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백악관이 거절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현재 약 4,500만명이 1조 6,000억달러 가량의 연방 학자금 대출 채무를 지고 있는데 코로나19 경제난을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 3월 13일 상환 유예조치를 시행하고 두 차례 연장돼 원금 및 이자 납부가 중단된 상태다. 그런데 2년 만에 해당 조치가 해제되고 내년 2월부터 학자금 대출 상환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는 학자금 대출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 중 다수가 경제적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학생부채위기센터(SDCC)가 최근 3만 명이 넘는 학자금 채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9%의 응답자는 내년 2월 채무 상환을 다시 시작할 만큼 재정 상황이 안정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SDCC에 따르면 코로나19 경제난에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고 정규직 일자리를 구한 68%의 응답자들도 최근 급등한 물가 탓에 렌트와 개스, 각종 생활비를 쓰고 나면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SDCC는 “27%의 응답자들이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시작되면 소득의 3분의 1 이상을 빚을 갚는데 써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이는 해당 채무자들의 경제적 안정을 매우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채무자들이 갖고 있는 학자금 대출액 평균은 약 3만 6,000달러 수준으로 부담액이 큰 사람은 매달 약 1,000달러를 채무 상환에 써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웨스트우드에 거주하는 이 모씨는 “학자금 대출로 4만 달러가 넘는 빚이 있다”며 “매달 약 650달러로 친구들과 비교하면 적게 내는 편인데도 내년 2월 상환이 다시 시작되는 게 매우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당장 학자금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 빚을 갚지 못하는 사회 초년생들이 무더기로 개인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도 높다. 학자금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들 다수가 일자리가 없거나 이제 막 직장에 들어가 크레딧 점수가 높지 않은 청년들이기 때문에 빚을 갚기 위해 금융기관에 새로 융자를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