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 주 중심 제설 차량 운전사 부족 사태
자가용이 없으면 일상 생활이 힘든 미국. 지난해 겨울 눈 예보가 내려진 뒤 버지니아주(州) 집 주변 도로에는 미리 염화칼슘 용액을 뿌리는 트럭이 줄을 이었다. 아스팔트 도로에 하얀 염수 자국이 가득했다. 이어 눈이 내리고 나자 곧바로 쌓인 눈을 도로에서 치우는 제설 차량들이 바삐 움직였다. 눈이 많이 오는 미국 북부 지역에선 겨울철 폭설 대비가 각 지방 정부의 핵심 업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미국 전역에서 제설 차량 운전사 부족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더 많은 미국 운전자들이 눈 쌓인 고속도로에 갇히거나 여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미 북서부 워싱턴주는 제설 차량 운전사가 약 150명 부족하다. 10월 이후 150명을 모았지만 여전히 겨울철 대비가 어렵다. 몬태나주 역시 90명이 더 필요하고, 펜실베이니아주는 정규직 270명과 임시직 560명이 모자란 상태다. 미국화물차협회는 스쿨버스, 대중교통, 제설차 운전사를 제외하고도 올해 8만 명이 넘는 트럭 운전사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상 예보 상황도 좋지 않다. 미 기상 당국은 올겨울 미국 전역에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유타ㆍ콜로라도주에는 1피트(30㎝) 이상, 네브래스카와 아이오와에도 0.5피트의 폭설이 예상됐다. 상대적으로 남쪽인 네바다와 뉴멕시코주 일부 지역도 겨울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상업용 운전면허증이 필요하고, 종종 위험한 상황에서, 불규칙한 시간 동안 일을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때문에 겨울철 제설 차량을 몰겠다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미 AP통신은 전했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미국인 수가 5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을 정도로 미국 내 일자리 시장은 구직자 우위 상황이다. 또 민간 트럭 운송 회사들은 화물 운송 개선과 공급망 병목현상 해소를 위해 올해 몇 차례에 걸쳐 운전사 급여를 인상해왔다. 반면 주정부가 고용한 제설차 운전사 임금을 올리기 위해서는 의회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주정부가 운전사 확보 전쟁에서 민간과 경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상업용 운전면허증을 가진 운전사를 고용하더라도 제설기를 단 채 운전하는 법, 모래와 염화칼슘을 싣는 방법 등을 훈련하는 데에도 시간이 걸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고령의 트럭 운전사들이 일을 그만 두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지난해 트럭 운전사 교육을 마친 사람도 적게 배출됐다. 워싱턴주의 경우 코로나19 백신 의무 접종을 하지 않아 해고된 제설차 운전사가 150여 명에 달했다.
화물차협회는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주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운전자들이 마약 검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집을 떠나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운전사들이 이 업종을 벗어나려 할 수도 있다”고 AP통신에 설명했다
<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