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투여율 낮아
장기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해도 위암 수술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김형일 연세암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와 김덕기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이식외과 교수 연구팀이 장기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며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와 일반 위암 환자의 합병증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다.
평소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는 장기이식 환자는 암 조직을 절제하거나 항암제 투여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합병증과 감염 위험이 크다고 우려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에 장기이식 후 위암 수술을 받은 환자 41명(신장 이식 35명·간 이식 5명·심장 이식 1명)과 성별·나이 등의 조건이 비슷한 205명의 일반 위암 환자 수술 성적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위 절제술 후 30일 이내 단기 합병증 비율이 이식 환자가 22.0%, 대조군인 일반 환자는 20.0%로 비슷했다.
위 절제술 30일 이후 장기 합병증 발생 비율은 이식 환자는 4.9%, 대조군은 1.0%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이후 58개월간 암 재발률을 추적한 결과에서도 이식 환자군은 20.0%와 대조군은 19.0%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장기이식 환자와 일반 환자 사이의 장단기 합병증 발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58개월간 재발률 추적 조사에서 1기 위암을 앓는 장기이식 환자 26명은 암이 재발하지 않았지만 2∼3기 위암을 앓고 있는 장기이식 환자 15명의 재발률은 75%로 일반 환자의 2배였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2∼3기 위암을 앓는 장기이식 환자의 항암제 투여율이 크게 낮았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들의 항암제 투여율은 26.6%로, 일반 환자의 항암제 투여율 95.8%보다 현저히 낮았다.
연구팀은 항암제가 이식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항암제 투여를 꺼리면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해석했다.
김형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장기이식 환자들이 위암 수술로 인한 합병증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며 “이식 환자의 우려와 달리 항암제가 이식 장기에 미치는 영향은 적으므로 2∼3기 위암을 앓는 장기이식 환자는 항암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유럽종양외과학회지(European Journal of Surgical Oncology) 최신 호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