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정부 통제 가능 VS 부채 규모 너무 커”
중국의 부동산 재벌 헝다그룹(Evergrande)의 막대한 부실 및 파산 우려 가능성이 증폭되면서 20일 뉴욕증시에서 나스닥 지수와 다우 지수가 각각 2.19%, 1.78% 급락하는 등 3개 지수가 일제히 폭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부채가 무려 3,000억달러 달하는 헝다그룹이 파산할 경우 충격파가 중국 경제 전반을 넘어 글로벌 경제로 연쇄적으로 퍼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헝다그룹 위기설 실체는
헝다는 거의 300개 중국 도시에 약 1,300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인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가운데 하나이다. 전기자동차와 소비재, 스포츠 등 문어발식으로 영억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부채가 약 3,000억달러인데 수중에 있는 현금은 약 150억달러에 불과하다. 중국 부동산 부문 부채의 6.5%를 헝다가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신용평가사 피치(Pitch)는 헝다그룹이 오는 23일 도래하는 채권이자 8,350만달러에 대한 불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면서 투자등급을 정크 CC 레벨로 하향 조정, 헝다의 파산위기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이 우려
미국에 이어 규모 기준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가장 큰 기업 중 하나인 헝다그룹의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대한 충격파가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월가에서는 헝다의 채무불이행이 현실화되면 중국 은행 및 해외 금융사 부실, 금융사 대출회수, 중국 내외 신용시장 경색, 다른 중국기업 추가 디폴트, 중국 금융사 부실 확대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기로 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헝다가 중국 내 2위 부동산 개발업체이고 부채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이런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 헝다그룹 사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라더스 사태까지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정부가 어느 시점에 개입, 헝다그룹의 구조조정이나 파산을 유도하면서 중국정부에 미칠 충격파를 최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있다.
■주식시장 추가 하락 vs 매수 기회
헝다 사태를 계기로 미국 증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비관론자들은 최대 20% 조정 가능성을 제기한다. 모건스탠리 미국 수석시장 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현재 시장은 불과 얼음의 갈림길에 있는데 얼음 쪽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 경우 파괴적인 결과, 즉 20% 이상의 수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까지 윌슨은 10%를 얘기했는데 그 폭이 더 커졌다.
반면 지금이 저점 매수타이밍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펀드스트랫 글로벌 어드바이저스의 톰 리는 “매도가 매수 기회이며 이르면 이달 중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JP모건도 매수 기회라고 조언했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건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지금의 시장 매도는 기술적이며 매수 기회를 뜻한다”고 말했다. 실제 JP모건은 S&P 500이 연말에 4,700, 내년에는 5,000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했다.
CNBC의 간판 진행자 짐 크레이머는 “지금은 매도해야 할 시기”라며 “현 상황이 2주 정도 더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 테이퍼링 계획 영향 주목
경제 전문가들은 당장 오늘(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주목한다.
CNBC 방송은 최근 개선되는 노동시장 상황과 물가상승 압력을 감안해 연준이 시장에 통화 확장 정책 기조를 변경하겠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전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당초 월가는 연준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FOMC 회의에서 오는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절차 개시를 위한 합의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또한 2023년으로 예상되는 금리 인상 시점이 내년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었다. 그러나 헝다그룹 사태로 인한 미국과 글로벌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테이퍼링 개시를 내년으로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한인은행 등 금융주 직격탄
금융주도 이날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한 가운데 한인 상장은행 주가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한미은행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26%(80센트)나 급락하며 17.99달러에 마감하며 18달러선이 붕괴됐다. 뱅크 오브 호프 주가도 2.49%(34센트) 하락한 13.29달러에 마감했다. 이밖에 퍼시픽 시티 뱅크 주가는 0.52%(10센트) 빠진 19.02달러, 오픈뱅크 주가는 0.10%(1센트) 하락한 9.81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국제유가 하락 금·달러화 가치는 올라
국제유가도 헝다 그룹 사태에 급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3% 내린 배럴당 70.2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대로 주요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는 큰 폭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3.5 가까이 폭등했다. 이에 유가는 장중 내내 하락 압력을 받았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값도 이날 13.30달러 상승한 1,764.70달러를 기록했다.
<조환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