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전국 집계 결과 아시안 겨냥 73% 급증
“친구와 함께 거리를 걸으며 한국어로 얘기하고 있었는데, 회사원으로 보이는 말쑥한 청년이 우리를 향해 다가와 침을 뱉고 갔다” “일을 보고 나와보니 주차한 차량에 ‘코리안 닥치고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문구의 낙서가 차에 쓰여 있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증하고 있는 미국내 아시아계 대상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속에 실제 한인들이 당한 피해 사례 증언들이다. 이처럼 한인들이 팬데믹 사태 발발 이후 차별 및 증오범죄를 당했다고 보고를 한 피해 사례 건수만 전국에서 1,500건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30일 이같은 추세를 보여주는 미 전역 증오범죄 현황 통계를 새로 공개했다.
전국 1만5,000여개 치안·사법기관이 보고한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증오범죄는 2008년 이래 가장 많은 7,759건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9년 증오범죄 건수와 비교하면 6% 늘어난 수치로 12년래 최고치다.
FBI에 따르면 특히 아시안과 흑인을 겨냥한 증오범죄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아시안을 겨냥한 증오 범죄는 2019년 158건에서 지난해 274건으로 73.4% 급증했고, 흑인을 표적으로 한 공격은 1,930건에서 2,755건으로 42.7% 늘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실제 발생한 아시안 차별 및 증오범죄 사례들보다 현격히 과소집계된 수치라는 게 관련 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각 지역 경찰과 사법기관들이 FBI에 자료를 제출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FBI에 증오범죄 현황을 보고하지 않은 지역 사법기관은 3,000여 곳에 달한다고 CNN은 전했다.
이보다 더 실제가 가까운 피해 현황은 아시아계(AAPI)에 대한 증오 방지 활동을 벌이고 있는 ‘스탑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의 발표를 보면 알 수 있다. 이 단체가 작년 3월부터 지난 6월 말까지 아태계를 겨냥한 증오 사건 또는 증오범죄 피해 신고를 접수한 결과 총 9,081건이 보고됐다. 이중 한인들의 피해가 전체의 16.8%에 달하는 1,525건이나 됐다. 중국계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것이었다.
심각한 한인 증오범죄 피해 사례는 최근까지도 보고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뉴욕에선 LA출신 한인 여성 김모 씨에게 증오범죄를 저지른 용의자가 사건 발생 한달여 만에 체포돼 기소됐다. 용의자는 김씨에게 ‘영어로 말하라’고 소리치며 머리를 잡아당기고 얼굴에 침을 뱉고 먹던 음식을 던졌다.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