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DC 등 각지서 '실내 마스크' 부활…뉴욕은 외식 때 접종 증명
변이 탓 신규감염 폭증 우려…백신 접종자 79% "미접종자 탓 재확산"
'마스크 써주세요'
토요일인 지난달 31일 종종 가는 워싱턴DC의 동네 빵집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을 맞았으면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가 교체된 것이다.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DC 시장이 실내 마스크 착용 지침을 내린 날이었다. 손님 대다수가 가게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쓴 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불과 하루 전과는 딴판인 풍경이었다. 워싱턴DC는 지난 5월 연방당국의 권고에 맞춰 마스크 착용지침을 해제했고 식당이든 상점이든 마스크 없이 들어가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급격하게 줄어서 7월에는 오히려 마스크를 쓰는 게 이상하게 보일 정도였다. 마스크를 깜빡하고 집을 나섰어도 가지러 돌아올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갑자기 모든 게 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들 실내에서 마스크를 챙겨 쓰고 엘리베이터도 따로 타기 시작한 것이다.
3일 만난 워싱턴DC 조지타운 지역 주민 카멀라 왓슨은 "적절한 조치라고 본다. 변이가 확산한다는데 안전한 게 낫다"고 했다.
그는 "(다시) 마스크를 쓰는 게 하루 이틀은 낯설었는데 금방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자신을 태미라고 소개한 다른 주민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라며 "보호조치는 지나치다고 해도 불평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잭이라는 이름의 주민은 "백신이 있는데도 맞지 않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다시 써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고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는 "지침이 내려졌으니 마스크를 쓸 것"이라면서도 "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들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듀폰서클 지역에서 만난 주민 새라는 요가수업을 듣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이 진행된 탓인지 수강생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면서 "요가원에는 타격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DC는 지난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몰표를 던진 민주당 텃밭이지만 백신 접종을 완료한 주민은 55% 정도다. 전국 평균보다는 높지만 여전히 접종을 하지 않는 이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침을 강화한 지역은 워싱턴DC뿐만이 아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일대, 루이지애나주 등이 속속 실내 마스크 의무화 조치를 재도입했다.
인구 800만명이 넘는 대도시 뉴욕에서는 미국 도시 중 최초로 16일부터 식당이나 헬스장, 공연장 등에 들어가려면 최소 1회 백신을 맞았다는 증명을 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 이상의 강도 높은 조치로 일종의 계도기간을 거쳐 9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미 지난달 27일 백신 접종자에 대한 실내 마스크 착용을 연방 차원에서 권고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6월 1만명대로 떨어졌던 일일 신규 감염자가 7월 하순 10만명을 넘겼고 8월 중에는 14만명에서 최대 30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미국 내 백신접종자 상당수는 재확산을 미접종자 탓으로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18세 이상 성인 999명을 상대로 재확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복수로 꼽아보도록 한 결과 접종자들은 79%가 미접종자를 택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33%), 외국에서 온 이들(30%), 외국으로 여행하는 미국인들(25%) 순이었다.
미접종자 중에선 미접종자 때문이라는 응답이 10%밖에 안 됐다. 이들은 외국에서 온 이들(37%), 주류 언론(27%), 외국으로 여행하는 미국인들(23%), 바이든 대통령(21%)에게 재확산 책임을 돌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