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장비 운반에 익숙한 조명 전문가 네드 할릭은 63세 때 처음으로 간헐적 어지럼증을 자각했다. 브루클린에 사는 할릭은 어느 날“너무 피곤해서 지하철 계단 오르기가 산을 오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심장병을 의심한 그의 주치의는 심전도(EKG)를 포함한 여러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에 따라 그를 심장 전문의에게 보냈다. 진단명은 심방세동(A-fib),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심장 박동 이상이었다. '
미국 성인 300만 명 진단… 10년 내 4배 전망
치매 발생 위험 높이고 혈전 의한 뇌졸중 위험
증후로 자가 진단하는 방법과 치료법은
심방세동이 일어나면 심장의 위쪽 부분에 있는 두 개의 방인 심방이 몸 전체에 혈액 순환을 담당하는 심장의 아래쪽 펌프실인 심실과 조화가 되지 않은 상태로 빠르고 불규칙하게 박동한다. 그러면 심실은 신체의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혈액을 펌프질할 수 없어 혈액 순환이 느려지고 피로와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미국 내 성인 약 300만 명이 심방세동 진단을 받았다. 인구 고령화와 비만, 당뇨병 및 고혈압과 같은 위험 요소가 훨씬 더 흔해짐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 그 숫자가 4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이상이 평생 한번 이상 심방 세동을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나 많은 사람들이 심방세동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
적절한 진단과 신속한 치료로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지난 1월 뉴 잉글랜드 의학저널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밴더빌트 대학병원 심장병 전문의인 윌리엄 G. 스티븐슨 박사와 그레고리 F. 이카드 박사는 심방 세동을 치료하지 않으면 남성은 뇌졸중의 위험을 4배 높이고, 여성은 6배 높이고, 심부전 위험을 각각 3배와 11배 높인다고 주장했다. 또, 심방세동은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고, 비정상적인 심장박동으로 생긴 혈전이 떨어져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연간 15만8,000여명의 사망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심방세동의 진단
심방세동은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질환이다. 몇 분 동안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심장 박동, 두근거림 또는 떨림을 생기며, 때때로 숨가쁨, 어지럼증 또는 운동시 과도한 피로가 느껴진다. 알코올이나 카페인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이러한 증상들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심방세동이 있는 사람들 중 일부는 불규칙한 맥박이 왔다가 사라지는 반면, 지속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경우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심장이 규칙적인 맥박을 회복할 수 없다. 불행히도 할릭을 포함해 많은 심방세동 환자들이 그러한 증상이 스스로 없어져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무시한다.
병원에 가면 심부전(EKG) 또는 트레드밀 심장 검사를 통해 ‘심방세동’ 인지를 진단 받는다. 불규칙한 맥박을 찾기 위해 몇 주 동안 손목시계 같은 웨어러블 모니터를 착용하게 한다. 이러한 검사는 불안 및 스트레스로 심장이 뛰는 상태인지 심방세동 질환인지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심방세동 치료법
심방세동 진단을 받으면 의사는 전기적 심율동전환을 사용해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려 한다. 전자적 충격을 흉부에 보냄으로써 모든 심장세포의 수축이 동시에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간단한 시술 과정으로 충격 없이 심장수축을 안정적으로 전환시킨다.
장기적으로는 대다수 심방세동 환자들이 베타 차단제 혹은 칼슘 차단제라고 하는 약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한다. 이 약물은 일반적으로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항응고제를 투여받는다.
할릭이 복용하고 있는 리바록사반(Xarelto)을 포함하여 현재 인기 있는 항응고제는 수년 간 심방세동 치료를 선도하던 항응고제 와파린(Coumadin)과 달리 응고에 미치는 영향을 반복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없다. 또, 새로운 약들은 환자가 수술 전이나 부상 후 과도한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복용을 중단해야 하는 경우 항응고 효과를 거의 즉각적으로 전환시킨다. 와파린은 체내에 더 오래 머무르므로 환자가 한두 번 복용을 놓쳐도 뇌졸중 예방에 도움을 준다.
■약물 치료의 효과 중단 가능성
실제로 할릭에게 일어난 일이다. 그는 5월까지 7년 동안 약을 꾸준히 복용했는데 정기 검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심방 세동이 재발했고 그의 심장은 정상 속도의 약 두 배인 1분에 165번 뛰고 있었다. “숨이 좀 가쁘고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더 어려워졌지만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고 회상한 그는 “이제 70이고 아마도 팬데믹으로 인해 기력이 쇠한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약을 바꿨고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2회의 충격 요법은 받았으나 효과는 잠시였다. 할릭은 보다 지속적인 효과를 약속하는 치료 단계에 돌입했다. 심실로 불규칙한 신호를 전달하는 심장 좌실방의 뒷벽을 따라 있는 세포를 없애는 ‘절제’술이다. 정맥을 통해 심방으로 카테터를 집어넣고 일반적으로 잘못 세포를 태우거나 얼리는 것이다.
■심방세동 절제술의 효과
비교 임상시험에 따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절제술이 약물 요법보다 심방세동 교정에 훨씬 더 효과가 있다. 환자 203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조사에서 절제술을 받고 1년 후 심방 세동이 치료된 환자는 약 75%였고 약물 치료로 도움을 받은 환자는 45%였다. 반면에 할릭과 같은 건강한 성인들이 종종 외래환자로 병원에서 절제술을 받았고 시술 후 심장의 염증이 치유되는 며칠 동안 활동이 제한되었다.
밴더빌트의 스티븐슨 박사는 지속적으로 심방세동이 있는 일부 환자들은 출혈 혹은 기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하기 보다는 절제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절제술은 효과가 늦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절제술 후 처음 몇 달 동안 절반 가량의 환자들이 불규칙한 심장 박동을 경험하거나 시술 후 심장 박동이 정상 회복될 때까지 전기 충격 혹은 약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치료법
할릭은 현재 새롭고 안전할 것으로 생각되는 펄스 필드 절제(PFA) 임상시험에 참여 중이다. 전기 충격으로 손상된 세포에 구멍을 뚫어 이를 파괴하는 PFA는 소작법이나 냉동과 같은 다른 절제술보다 빠르고 심방 옆에 있는 식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상업적으로는 ‘패러펄스’(Farapulse)로 알려진 신기술이다. 지난 1월 유럽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미국은 아직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로, 뉴욕의 마운트 사이나이 헬스 시스템을 포함해 30개 이상의 미국 의료센터에서 최소 3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패러펄스 PFA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스티븐슨 박사는 “PFA가 지금하고 있는 치료보다 훨씬 더 좋고 안전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및 기타 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Clinicaltrials.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By Jane E. Brod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