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ㆍ다리 당김 등 척추관협착증과 증상 비슷
50~60대 여성 가운데 만성적인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허리 통증이 생기면 대부분 허리 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을 먼저 떠올리지만 ‘척추전방전위증’일 가능성도 높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 질환 중 디스크 다음으로 흔하기 때문이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척추의 위, 아래 뼈가 어긋나면서 변형과 통증이 일어나는 질환이다.
노화로 인해 가장 많이 발생하고, 가벼운 운동 후 통증이나 외상 후 통증으로도 발생한다.
척추전방전위증 환자는 연평균 18만 명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50~7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89.1%이고, 이 중 80% 이상이 여성이었다.
50~60대 여성이 척추전방전위증에 잘 걸리는 이유는 여성 근육량이 남성의 3분의 2수준으로 적은 데다 폐경기를 지나며 여성호르몬이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학계에서도 척추전방전위증의 여성 유병률이 남성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학선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여성은 남성보다 체력이 약해 외부 활동을 하다가 사소한 충격 등으로 척추전방전위증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척추전방전위증은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는데,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비슷해 잘못된 자가 진단으로 병을 키우기 쉽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7, 8월 여름철에 척추전방전위증 환자가 크게 늘어났다. 이는 여름 휴가철 야외 활동과 냉방으로 인한 실내외 기온차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오래 걸을수록 허리 통증이 심해지고 앉았다 일어설 때, 허리를 펼 때 통증이 발생한다. 다리가 저리고 아프며 엉치 부위에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할 때가 많다.
하지만 척추전방전위증은 신경관이 좁아지면서 통증과 저림이 생기는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척추 뼈가 어긋날수록 통증이 심해지고, 위쪽 뼈가 밀려나오면 비만이 아닌 사람도 배가 나와 보일 수 있고, 아래쪽 뼈가 밀려 나오면 엉덩이가 뒤로 빠져 오리걸음을 걷게 된다.
척추전방전위증은 증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진행 정도가 심해 신경이 눌렸다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진단은 X선 검사만으로 척추 뼈의 어긋난 정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질환 초기에는 약물 치료나 물리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비수술적 치료에도 증상에 호전이 없으면 ‘경막외 신경감압술’ 등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경막외 신경감압술은 꼬리뼈에 2㎜ 두께의 작은 관을 넣어 척추 신경을 둘러싼 경막 바깥 공간을 타고 올라가 염증 부위를 직접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당일 퇴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만으로 효과를 볼 수 없거나 증상이 악화됐다면 척추유합술 등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 꼭 필요할 때에만 수술을 시행하며 최소 침습으로 척추유합술을 시행하게 된다.
척추전방전위증을 예방하려면 갱년기 후 여성이라면 일상생활이나 가사 노동 시 허리를 굽히는 자세와 오래 서 있는 것을 삼가야 한다. 평소 바른 자세로 걷기, 수영 등으로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학선 센터장은 “척추전방전위증은 뼈의 어긋난 정도가 적을수록 치료하기 쉽기 때문에 초기에 빨리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허리 통증으로 척추전방전위증이 의심된다면 방치하지 말고 되도록 빨리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