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反中 독트린’…`이대로 놔두면 미 위상 위협’
관세정책 몰두 트럼프와 달리 중 견제 모든 방법론 총동원
지난 2009~2017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부통령이었다. 이 당시 바이든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18개월 동안 8번이나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 스스로 자신을 세계 자도자 중 시진핑을 가장 오랜 기간 지켜본 사람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랬던 바이든이기에 대중 정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온건한 성향을 띨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취임 후 6개월여가 지난 현시점에서 바이든의 반중 독트린은 트럼프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강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만을 외치며 관세 위주의 정책을 폈다면 바이든은 트럼프가 무시했던 동맹을 끌고 들어와 공급망 체계를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미국의 공화당계 정책 연구 기관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릭 시서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전임 행정부에 비해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압박에 보다 전문적인 손길을 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체계적 전문적인 대중압박
사실 트럼프 시절 탈퇴했던 ‘파리기후변화협약’ 복귀, 또 트럼프가 ‘필요 없다’는 독설까지 날렸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위상 강화 등에서 보듯 바이든의 정책은 트럼프 정책을 뒤집는 것이었지만 반중 정책만은 달랐다. 정책 목표를 구현하는 수단은 다를지언정 유일하게 트럼프 정책을 계승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이든의 반중 독트린이 이전보다 강도가 세고 독하다는 것은 중국 견제 법안 등에서 적나라하게 나타난다.
외신을 종합하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미 의회가 내놓은 중국 관련 법안 및 결의안은 총 230건에 육박한다. 특히 올 6월 미 상원에서 중국에 대한 기술 경쟁력 우위 확대를 위해 총 2,500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는 내용의 ‘미국혁신경쟁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미국이 중국과의 장기 경쟁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과학기술 초격차 유지 방안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모든 방법론이 총동원됐다.
외교적으로는 동맹 복원 움직임에 속도를 내며 중국을 고립시키고 있다.
외교장관회담으로만 열렸던 쿼드(Quad, 미국·호주·인도·일본 4국으로 구성된 안보협의체)를 올 3월 정상회담으로 승격해 개최했다. 또 영국과는 기술·교역·여행을 아우르는 ‘신대서양헌장’을 꺼내드는 등 유럽을 반중 전선의 든든한 우군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럽 亞결집 통해 기술굴기 견제
효과는 바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올해 방위백서에서 대만 문제를 처음으로 언급하며 중국과 각을 세웠고 주요 7개국(G7) 정상들은 미국의 요구대로 6월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 민주주의, 신장 인권 문제를 거론했다.
G7 정상은 중국의 대규모 대외 경제협력 구상인 ‘일대일로’의 힘을 빼기 위해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출범에도 합의했다.
바이든이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기술 탈취, 인권 문제 등 많은 명분이 있지만 이번에 중국을 제대로 손보지 않으면 미국의 위상에 위협에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자리한다.
실제 2001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3,390억달러로 미국(10조5,800억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14조7,200억달러로 미국(20조9,300억달러)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기술 분야도 미국의 자리를 넘보는 위치에 올라왔다. 미 국가안보회의(NSC) 산하 인공지능(AI)위원회의 위원장이자 전 구글 회장인 에릭 슈밋은 최근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AI뿐 아니라 퀀텀 컴퓨팅 등 특정 분야에서는 확실히 미국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유럽·한국·일본 등과 협력(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단행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등을 계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이 아니라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재와 같은 대중 압박은 미국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얘기다.
이해관계 다른 동맹국 배려해야
다만 중국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다 보니 동맹의 이해관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G7은 중국에 적대적인 클럽이 아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중국은 우리의 파트너(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미국과 결이 다른 발언이 나오는 상황이다. 미국이 동맹의 이해관계를 보다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미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동맹국들이 미중 갈등 격화에 긴장하고 있다”며 “대중 압박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개별 동맹국은 물론 소규모의 비공식 그룹 등과도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