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약물 과다복용에 따른 사망자가 역대 최대치로 치솟았다.
로이터통신은 14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9만3천331명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9년 7만2천151명과 비교해 무려 29.4% 늘어난 것으로, 하루 평균 256명, 매시간 10.6명이 사망한 것이다.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1970년 7천200명, 1988년 9천 명 수준이었지만 사망자가 점점 늘면서 사회 문제가 됐다.
지난해 사망자 급증은 전염병 대유행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명이 나온다.
방역 지침에 따라 사람들이 고립되는 바람에 격리와 치료 등 약물 재활 프로그램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채 중독자들을 홀로 남겨뒀다는 것이다.
또 대규모 봉쇄 조처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은 불안과 우울증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약 등 약물 자체가 더 치명적으로 변했다는 분석도 있다.
한때 처방전을 받은 진통제가 과다복용의 주요인이었지만 헤로인을 거쳐 지금은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 AP통신의 설명이다.
펜타닐은 암과 같은 질병의 진통을 위해 개발됐지만 코카인, 필로폰 등 다른 마약과 혼합해 불법적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중 74.7%는 오피오이드, 60% 이상은 펜타닐과 관련돼 있었다.
AP는 "일부 전문가는 올해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가 현저히 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펜타닐 확산이 그 이유"라고 전했다.
브라운대 공중보건 연구원인 브랜던 마셜은 미국이 이미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지난해 전염병 대유행은 이 위기를 크게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