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에는 수박 참외 자두 등 제철 과일이‘시원한 청량제’다. 하지만 건강에 좋다는 제철 과일은 칼륨이 많아 칼륨 배출 능력이 떨어진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독이다.
콩팥 기능이 3개월 이상 문제가 생긴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높은 과일·채소를 과식하다간 고칼륨혈증으로 근육마비ㆍ부정맥뿐만 아니라 심장마비까지 일으킬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도 주의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단백질을 소화한 뒤 콩팥으로 잘 배출되지만 만성콩팥병이라면 배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수박 바나나 키위 딸기, 칼륨 함량 높아
더위가 지속되면 여름을 타는 현상이 많이 생긴다. 몸속 칼륨이 부족해지면서 쉬 피로하고 무기력해지는 것도 여름을 타는 현상이다. 여름을 건강하게 나려면 칼륨 섭취가 필수적이다. 특히 칼륨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는 여름을 활기차게 보내는 기본 먹거리다.
하지만 콩팥 기능이 망가져 제 역할을 못하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으면 안 된다. 과일·채소에 칼륨이 많이 들어 있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이를 잘 배출하지 못해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칼륨이 많이 든 과일로는 수박 바나나 키위 딸기가 대표적이다. 칼륨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 과일은 포도 오렌지 사과 등이다. 칼륨 함량이 높은 채소는 버섯 호박 미역 시금치 쑥 부추 상추 등이다. 칼륨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 채소는 가지 당근 배추 콩나물 오이 깻잎 등이다.
문주영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가 칼륨 함량이 많은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면 혈청의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진다”며 “이때 근육 힘이 빠지거나, 이상 감각이 생기고, 부정맥까지 발생하고, 심장이 멎는 등 생명도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콩팥은 비타민 D 전구체를 몸안에 활성화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콩팥 기능이 떨어지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비타민 D 전구체를 제대로 활성화하지 못해 부족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더운 여름이라도 체력 저하를 막고 비타민 D 생성을 돕기 위해 일정 시간 햇볕을 쬐는 야외 활동을 꼭 해야 하는 이유다.
◇소변을 보는 양만큼 물 마셔야
한국인은 식사 때를 제외하고 하루 1리터 정도의 물을 마신다. 여기에는 청량음료와 커피 등에 든 물도 포함된다. 따라서 식사 때 수분 섭취량까지 합쳐도 하루 수분 섭취량은 2리터를 넘지 않는다. 건강한 사람은 이보다 더 많이 물을 마셔도 문제 되지 않는다. 600만 명 정도인 콩팥병 환자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들 중 투석(透析) 치료를 받는 5만여 명을 비롯한 만성콩팥병 환자 15만 명은 물을 과하게 마시면 안 된다. 콩팥 기능이 30% 이하로 떨어져 있어 물을 너무 많이 마시면 콩팥에 무리를 가서 저나트륨혈증, 심지어 폐부종까지 생길 수 있다. 이상호 강동경희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는 수분이나 나트륨, 칼륨 등 전해질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만성콩팥병 환자의 수분 섭취 권고 지침은 ‘소변을 보는 양만큼만 물을 마셔라’다. 다만 소변 색깔이 진한 갈색일 때는 소변이 농축돼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충분히 마셔 희석해야 한다. 반면 옅은 갈색이나 노란색을 띨 때는 물을 적절히 마시고 있다는 뜻이므로 물을 더 마실 필요가 없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