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 하원이 사실상 대통령에게 전쟁 허가권을 준 ‘무력사용권(AUMF)’ 폐지를 가결했다. 선전포고와 의회 동의 없는 전쟁을 무제한적으로 가능하게 했던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으면서 “미국의 ‘끝없는 독단 전쟁’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안팎의 반응이 나온다.
연방 하원은 지난 17일 AUMF 폐지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 찬성 268표, 반대 161표로 가결했다. AUMF는 2001년 9ㆍ11테러 직후 3일 만에 의회를 통과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대통령의 전쟁선포 권한과, 2002년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의회가 통과시킨 ‘이라크 결의안’에서 규정된 대통령의 군사력 동원권을 말한다. 의회는 이날 2002년 이라크 결의안을 대상으로 표결을 진행했고 폐지가 과반을 차지하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대통령들은 AUMF를 근거로 의회와 협의 없이 해외에서 군사력을 활용하면서 ‘끝없는 전쟁’을 허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의회는 대통령에게 사실상 전쟁 허가권이 넘어간 이후 거의 10년 동안 이를 없애려 했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반대해 왔다.
의회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이런 권한이 때론 존재하지도 않았던 테러 집단을 겨냥해 승인되는 등 원래 취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왜곡됐다고 주장했으나, 행정부는 변화하는 위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거듭 반박하면서 난항을 빚어 온 것이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당을 초월한 폐지 지지 세력의 세가 커졌다는 평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의원들과 협력하여 (AUMF) 허가를 철회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수개월 동안 폐지 지지자들과 논의해왔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이날 표결 지지자들은 9ㆍ11 이후 대통령에게 부여된 광범위한 전쟁 권한을 억제하려는 첫 조치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연방 상원 통과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WP는 이날 표결은 백악관과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일각에서도 대거 찬성표를 던지면서 초당적 지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이란 등 중동에서 손을 뗀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엇갈린 입장을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