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된 초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Ever Given)호가 이집트 수에즈 운하를 막아 촉발된 마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화장지와 커피 등 생필품 공급 부족에 따른 경제적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가격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 초래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한인들의 장바구니 물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USA 투데이는 27일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큰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의 좌초로 발생한 수에즈 운하 마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원유부터 화장지와 커피, 가구 등 각종 생활 필수품의 물량 공급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는 신흥 시장 아시아와 부국 유럽의 최단 항로로 전 세계 하루 물동량의 10%이상이 지나가는 물류 길이다. 하루 움직이는 물동량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대략 100억달러에 달한다.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수에즈 운하를 엿새째 가로 막으며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운하 양쪽에서 대기 중인 대형 화물 선박은 369척으로 급증하면서 화물선의 발이 묶여 버린 상태다. 이들 발이 묶인 대형 선박에는 원유와 가축, 컴퓨터 부품과 가구, 차량 등 현대사회가 필요한 모든 소비재 제품들이 망라돼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수에즈운하관리청은 이번주에 좌초된 에버기븐호를 다시 물에 뛰어도 정상적인 통행이 재개되기까지 수주가 소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길어지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장 생필품의 물량 공급 부족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아시아 시장에서 생산된 물량은 태평양을 건너 LA를 비롯한 미국 서부 지역을 통해 수입되지만 부품을 아시아에서 수입해 유럽에서 만들어진 완제품은 이번 수에즈 운하 마비로 공급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세계 최대 화장지 생산업체인 ’수자노‘(Suzano)는 블룸버그 통신을 통해 펄프 공급이 늦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화장지 생산에 쓰이는 세계 펄프 생산량의 3분의 1을 소비하는 수자노 측은 수에즈 운하 사태로 최소 한 달간 펄프 공급 차질을 예상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발생한 미국 내 화장지 사재가 사태가 수에즈 운하 때문에 다시 재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커피 공급도 차질이 예상된다. 베트남에서 유럽으로 가는 커피 운송이 막히면서 유럽에서 먼저 커피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이는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로 확대될 수도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