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음악계 최고 권위의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래미에서 첫 단독 무대를 펼치며 의미있는 기록을 남겼다.
그래미를 주관하는 레코딩 아카데미는 14일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사전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작으로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를 발표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8월 디지털 싱글로 발매한 '다이너마이트'로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들 외에도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의 '언 디아', 저스틴 비버·퀘이보의 '인텐션스', 테일러 스위프트·본 이베어의 '엑사일'이 경합을 벌였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그래미의 팝 장르 시상 부문 중 하나로, 듀오 ·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준다.
디스코를 재해석한 '다이너마이트'는 지난해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인기를 이끈 메가 히트곡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3주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래미 어워즈에 한국 대중가수가 후보로 오른 것은 최초이며, 2012년부터 시상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아시아권 가수가 후보로 지명된 것도 처음이었다.
후보 지명을 넘어 수상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지만 방탄소년단의 이번 도전은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하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이들은 그래미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는 이미 수상했다. 그래미까지 석권하는 기록은 일단 훗날로 미루게 됐다.
수상작인 '레인 온 미'(Rain on Me)는 레이디 가가가 지난해 5월 발매한 정규 6집 '크로마티카'(Chromatica)에서 선공개된 댄스 팝 곡이다.
고난을 이겨내는 메시지를 담은 곡에 가가와 그란데 두 최정상 팝스타가 호흡을 맞춰 화제가 됐다. 공개 당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 1위로 데뷔했고 빌보드 스태프가 꼽은 2020년 최고의 노래에 오르기도 했다.
여성 아티스트만 참여한 컬래버레이션 곡이 이 부문에서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그래미 수상자 및 후보는 가수, 프로듀서, 녹음 엔지니어, 평론가 등 음악 전문가들로 구성된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를 가리는 최종 투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상식이 연기되면서 발표가 늦어졌다.
그래미는 올해 83개에 이르는 시상 부문 중 대부분을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발표했으며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의 경우 전설적 프로듀서 지미 잼이 수상자 발표를 진행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프리미어 세리머니 이후 열린 그래미 어워즈 본 시상식에서 메가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로 한국 가수 최초의 단독 무대를 펼쳤다.
지난해 그래미 어워즈에서 래퍼 릴 나스 엑스 등과 함께 합동 공연을 한 이들은 올해 정식 후보로서 무대를 갖게 됐다.
이들은 그래미 시상식장을 재현한 세트와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한 헬리패드에서 대형 스케일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퍼포먼스는 여의도의 한 고층빌딩에서 사전 녹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멤버 지민은 그래미 시상식 이후 팬들과의 브이라이브 방송에서 "저희가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며 "여러분과 저희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세계에서 제일 권위 있는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에도 닿는다는 건 엄청나게 기쁜 일이다. 앞으로 여러분과 우리가 해나갈 일들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