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미 국무장관…노동장관·재무장관도 역임
'서울평화상' 수상도…바이든, 의원 때 '한국양심수 석방 노력해달라' 서한보내
냉전시대 미국과 옛 소련의 최초의 핵무기 감축 조약을 이끌어냈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이 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싱크탱크 후버연구소에 따르면 슐츠 전 장관이 6일(현지시간) 스탠퍼드대학 캠퍼스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고 AP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슐츠 전 장관은 최근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이자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6년 넘게 국무장관을 지냈고, 그에 앞선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도 노동장관과 재무장관, 예산관리국장을 역임했다.
AP통신은 "슐츠 전 장관은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라며 "그는 생존해 있는 역대 정부 전직 내각 각료 중 최고령이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국무장관이었다"고 전했다.
후버연구소장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성명에서 "슐츠는 모든 면에서 위대한 미국의 정치가이자 진정한 애국자"라며 "그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슐츠 전 장관은 1987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할 때 협상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INF는 사거리 500∼5천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천692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9년 러시아가 이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INF에서 탈퇴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 외에도 1991년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을 맺었고, 이는 2011년 '뉴스타트' 협정으로 이어졌다. 미러 양국은 이를 5년 연장하는 안을 최근 발효시켰다.
후버연구소는 성명에서 "슐츠는 '신뢰는 나라의 법정통화'라는 말의 가치를 알았고, 그것을 원칙으로 고수했다"고 회고했다.
이와 관련, 그가 국무장관 때인 1985년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정보 유출을 막고자 고도 기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수천 명의 공직자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도록 하자 "내가 이 정부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순간은 내가 떠나는 날"이라고 말해 관련 조치가 철회된 일화가 있다고 AP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후보 당시 "슐츠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외교 전문가"라며 "그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1920년 뉴욕에서 태어난 슐츠 전 장관은 프린스턴대학에서 경제학·국제학을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 기간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생활을 했다. 이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벡텔그룹 대표를 지내는 등 슐츠 전 장관은 정부뿐 아니라 재계와 학계에서도 성공한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국무장관 재직시절인 1983년 레이건 당시 대통령 방한을 수행해 한국을 방문하는 등 여러 번 방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의원이던 1987년 전두환 정권이 양심수로 불리는 정치범을 석방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슐츠 당시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슐츠 전 장관은 1992년에는 세계 평화와 인류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