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하고 있다. 취임식 장소인 연방 의사당을 비롯해 백악관 주변 등 곳곳의 도로들에 군 병력들이 쫙 깔려 요새화된 가운데 취임식 당일까지 총 2만5,000여 명의 병력이 투입돼 시내 출입자 검문검색과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같은 병력수는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간 등 중동 분쟁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을 합친 것보다 많은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 전했다.
■중동 미군보다 많은 병력 투입
지난 15일부터 워싱턴 DC는 거주자와 근무자를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은 사실상 금지된 상태다. 취임식장인 연방 의사당 앞 내셔널몰에는 과거 수십만 인파가 몰렸지만, 올해는 이미 봉쇄에 들어가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 또는 금지됐다.
군용 차량들로 시내 곳곳이 막혀 있었고, 백악관과 의사당을 잇는 내셔널 몰 인근의 지하철역도 모두 폐쇄됐다. 워싱턴DC 내 주요 도로의 통행 역시 차단됐다. 백악관과 의사당, 기타 연방정부 건물, 내셔널 몰 주위로는 높은 철조망까지 세워지는 등 워싱턴DC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사실상의 셧다운 상태였다.
CNN은 이런 상황을 두고 “한 때 민주주의의 ’왕관 보석‘으로서 전 세계가 존경했던 워싱턴DC가 지금은 경찰국가와 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정부들도 비상사태 선포
연방수사국(FBI)은 취임식 날인 20일까지 미 전역의 주의회에서 극우 집단의 무장 시위 가능성을 경고한 상태다.
이에 따라 50개 주 정부 역시 보안을 대폭 강화하고 주 방위군과 경찰 등 치안 인력 배치를 대폭 늘렸다. 특히 초박빙 승부 끝에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펜실베니아와 미시간을 비롯해 공개 장소에서 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주들의 경우 긴장도가 더 높았다.
실제로 17일 미시간 주도 랜싱의 주 의사당 앞에서는 주방위군이 배치된 가운데 ‘리버티 보이즈’ ‘부갈루 보이스’ 등 반정부 무장 민병대가 반자동 소총 등 중화기를 들고 나타나 시위를 벌이는 등 일촉측발의 긴장감이 돌았다.
새크라멘토의 캘리포니아 주의회 주변에 철조망이 설치되고 시위대 통제를 위한 조치가 취해졌고, 버지니아, 메릴랜드, 뉴멕시코, 유타주에선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총기^실탄 소지 체포 잇달아
지난 15일 저녁에는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남성 웨슬리 앨런 빌러(31)가 미승인 취임식 입장권을 소지한 채 권총과 실탄 최소 500발을 자신의 트럭에 싣고 워싱턴 DC 연방 의사당 쪽으로 진입하려다 경찰의 검문을 받고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 17일 오전에는 연방 의사당 인근 보안 검색대에서 총기를 소지한 한 남성(22)이 경찰에 체포됐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3개의 고성능 탄창과 37발의 미등록 탄약 및 권총을 소지하고 있었다.
■주택가 테러 우려도
이처럼 워싱턴 DC 중심가의 경계 수준이 군사요새 수준으로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경계가 덜한 주택가에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DC 도심에는 백악관과 의회, 각 연방부처 및 기관 건물이 몰려 있으며 그 주변으로 주택가가 넓게 형성돼 있는데, 뮤리얼 바우저 워싱턴 DC 시장은 17일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고 했다.